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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자연의 아름다운 하모니... 평창으로 떠난 가을여행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5 14:05

수정 2024.09.06 09:36

이효석문학관·달빛언덕·문학의숲
평창효석문화제·평창백일홍축제
해발 1255.7m 청옥산 육백마지기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군청 제공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군청 제공

【평창(강원)=장인서 기자】 한결 선선해진 공기와 함께 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축제들이 하나둘 화려한 개막을 알린다. 강원 지역에서는 평창효석문화제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는 ‘평창에서 누리는 지적사치, 문학과 미식’이라는 슬로건 아래 봉평면 일대 6개 구역에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된다. 연중 가장 풍요로운 축제가 펼쳐지는 평창을 찾아 지역 곳곳에 스며든 이른 가을의 정취를 누려보자.

가산 이효석 발자취 따라 문학기행

지난 2002년 9월 7일 제4회 효석문화제 기간 중 문을 연 이효석문학관에서는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가산 이효석(1907~1942)의 작품 일대기와 육필원고 등 유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전시관 앞마당에 조성된 문학정원에는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한 작가의 동상이 있어 방문객들에게 훌륭한 포토존이 되어준다.

문학관은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문학전시실과 다양한 문학체험을 할 수 있는 문학교실, 이효석 관련 자료를 구비한 학예연구실로 이뤄져 있다. 이중 문학전시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료를 전시해 근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작가가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한 창작실과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봉평면 창동리에 자리한 효석달빛언덕은 이효석의 생애와 근대문학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문학 테마 관광지로, 2018년 8월에 개관했다. 고증을 통해 복원한 이효석 생가와 1920~1930년대 작가가 활동했던 근대의 시간과 공간, 문학을 이야기로 풀어낸 근대문학체험관, 작가가 평양에 머물던 시절 거주한 집을 재현한 ‘푸른집’이 주요 볼거리다.


효석달빛언덕을 찾은 여행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평창군청 제공
효석달빛언덕을 찾은 여행객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평창군청 제공
작가가 평양에 머물던 시절 거주한 집을 재현한 '푸른집'. 평창군청 제공
작가가 평양에 머물던 시절 거주한 집을 재현한 '푸른집'. 평창군청 제공
봉평 효석문화마을 '문학의 숲'. 평창군청 제공
봉평 효석문화마을 '문학의 숲'. 평창군청 제공

달빛언덕이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야외에 조성된 공간들이 특별한 운치를 자아낸다.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꿈꾸는 정원’, 효석달빛언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달빛나귀 전망대’, 나귀·달빛광장, 카페와 기념품 매장,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진 ‘꿈꾸는 달 카페’, 달빛나귀 전망대와 카페 옥상을 잇는 ‘하늘다리’ 등이 어우러져 아늑한 기운을 뿜어낸다.

'문학의 숲'은 소설 배경지인 봉평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소설 속 장터, 충주집, 물레방아 등을 재현한 자연학습장이다. 숲속 내 넓은 습지에는 각종 희귀식물들이 자생하고, 계곡에는 청정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재가 다량 서식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로부터 ‘효석 산림욕장’으로도 지정받았다.

효석문화제·백일홍축제로 나들이

'2024 평창효석문화제'는 오는 15일까지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소설 속 봉평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묘사될 만큼, 9월이면 들녘을 덮는 하얀 메밀꽃으로 장관을 이루는 메밀의 고장이다.

축제 기간 이효석을 기념하는 문화제를 비롯해 문학·전통·자연마당으로 구성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올해는 문학 콘텐츠를 강화해 예술, 정치, 음악, 코미디 등 다양한 분야의 목소리를 모아 듣고, 토론하고, 창작하는 ‘문학미식자연주의’ 축제로 선보인다. 소설 속 장면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메밀꽃밭은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산책길을 따라 꽃밭을 걸어도 좋고, 소설 주인공처럼 나귀를 타도 좋다. 메밀꽃 열차를 타고 꽃밭의 정취를 느끼는 것도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색 경험이다.

여행객들이 평창군 봉평면 메밀꽃밭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창군청 제공
여행객들이 평창군 봉평면 메밀꽃밭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평창군청 제공
평창백일홍축제. 평창군청 제공
평창백일홍축제. 평창군청 제공

9월 평창강 주변은 백일홍 1000만 송이가 만개해 또 하나의 절경을 이룬다.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의 백일홍의 꽃말은 ‘행복’이다. 하늘하늘한 백일홍이 가득한 꽃길을 따라 걸으면 가을 풍경과 하나가 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오는 13~22일에는 평창읍 대표 관광축제인 ‘2024 평창백일홍축제’가 3만3000㎡ 백일홍 꽃밭을 무대로 펼쳐진다. 축제장은 형형색색의 백일홍과 코스모스, 해바라기, 넝쿨식물, 대왕참나무숲길로 조성돼 어느 곳에서나 예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또 댄스, 퀴즈, 게임 등 즉석 이벤트와 한가위 노래자랑 등 흥겨운 공연 무대도 만나볼 수 있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올라 힐링타임

평창의 자연 경관을 한 번에 감상하고 싶다면 해발 1255.7m 청옥산 육백마지기로 향하자. 평창 미탄면에 위치한 청옥산은 곤드레 나물과 더불어 청옥이란 산채가 자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야생화와 산나물이 많고 춘궁기 산나물을 뜯어 연명하던 산촌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노래인 '평창아라리'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군청 제공
청옥산 육백마지기. 평창군청 제공

육백마지기로 오르는 길 바로 옆에는 자작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다. 잡목 하나 없이 오롯이 자작나무로만 구성된 숲으로, 흰 수피와 초록색 이파리가 멋지게 어우러진 모습이다. 차를 잠시 세워 두고 숲으로 들어가면 하얗게 솟아오른 자작나무가 빚어낸 이색적인 풍경에 압도돼 저절로 숨을 고르게 된다.

정상 부근의 평탄한 지형은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로 육백마지기라 불리기도 한다. 축구장 6개 정도를 합쳐 놓은 규모의 넓은 초원이다. 고원지대임에도 도로가 잘 개설돼 교통 접근성이 좋다.
정상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와 농경지의 대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노을이나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이곳에서 차크닉이나 차박을 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탁 트인 하늘 위로 붉게 물드는 노을이나 어두운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이 아름다워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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