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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이제는 AI시대] 좋은 AI를 골라내는 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5 18:45

수정 2024.09.05 18:49

여러 개 동시에 사용하며
각각 답변을 비교, 재해석
AI 큐레이터의 역량 필요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챗GPT가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알라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지니의 램프처럼 말로 무언가를 지시하기만 하면 그럴듯한 답을 뚝딱 제시해주는 생성형AI는 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IT 기술이 되었다. 인류 역사상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이용자 100만명을 모으는 데 3년 반이 걸렸지만, 챗GPT가 100만 이용자를 모으는 데는 단 5일이면 족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제는 챗GPT뿐만 아니라 클로드, 제미나이, 코파일럿, 라마 등 다수의 생성형AI가 이용자에게 손짓하고 있고 소리, 영상 등을 제공하는 멀티모달형 AI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음식도 급하게 먹으면 체하듯이 새로운 IT 기술도 급하게 오남용했다가는 큰 부작용에 직면하게 된다.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생성형AI가 갖는 그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환각'이라고 하여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질문과 관계가 없는 내용을 사실과 섞어서 답으로 내놓는 바람에 그것을 검증하고 사용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점이 그 하나다. 미국에서는 변호사가 시간에 쫓겨 실제 있지도 않은 판례를 생성형AI로부터 받아 재판정에서 내밀었다가 망신을 당한 일도 있었다.


또 하나의 부작용은 바로 AI 과의존이다. 흔히 AI 중독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과다하게 사용하는 증상을 말한다. 필자와 장슈난 박사과정 등이 공동수행하여 올해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한 연구는 서울의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AI 과의존을 일으키는 원인을 추적해 보았다. 대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AI 과의존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러한 자신감(학술용어로는 학업 자기효능감)이 낮을수록, 학업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AI 의존성이 상승했다. 또한 AI를 이용했을 때 성과가 높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AI 의존성에 영향을 미쳤다. 학업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을수록 학업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그러다 보니 신기술인 AI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키우면서 AI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의 요지다. AI 의존성이 초래하는 부정적 결과에는 나태함이 늘어날 수 있고,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수용해버릴 수 있으며, 창의성이 감소하거나 독립적 사고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점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AI 과의존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필자의 처방은 한 개의 생성형AI만 쓰기보다는 여러 개의 생성형AI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각각의 답변을 비교하고, 자신이 그것 중에 양질의 답변을 조합하거나 재해석할 수 있는 이용자의 AI 리터러시를 가지라는 것이다. 이제 이용자에게는 여러 개의 생성형AI를 큐레이션할 수 있는 AI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이 필요해지는 시기가 다가왔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성형AI에는 동영상이나 이미지파일을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어떤 캐릭터의 특성이나 스토리의 세계관을 입력하기만 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웹소설, 이미지, 동영상 등 원하는 문화상품을 자동으로 제작해주는 AI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제 꿈만 꾸는 몽상가도 AI라는 도구를 만났을 때 그 꿈을 눈에 보이는 실체로 전환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렇게 생성형AI가 고도화될수록 우리에게는 양질의 결과물을 선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한 역량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독서, 여행, 교육 등 직간접 경험과 첨단 기술에 스스럼없이 다가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 이용 경험, 친숙도 등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A라는 생성형AI가 환각을 통해 엉뚱한 답을 내놓더라도 B, C, D의 답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다 보면 그러한 오답을 가려내는 눈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A부터 D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창의적 답변, 양질의 답변인데 그것은 AI와 그것을 만든 인간 양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할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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