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피플일반

[fn이사람] "당신만의 이야기를 케이크에 담습니다"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5 18:47

수정 2024.09.06 00:37

손규리 미소바케카케 케이크 디자이너
인생스토리에 해석 담아 디자인
하나뿐인 케이크로 특별함 선물
입소문 타고 오브제로도 러브콜
손규리 작가 제공
손규리 작가 제공
"나와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항상 궁금했어요. 자신들만이 가진 이야기에 제 해석을 담아 케이크를 디자인해요."

5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 위치한 미소바케카케(misobakecake) 작업실에서 만난 손규리 작가(사진)는 늘 사람들의 인생스토리에 귀를 기울인다. 손 작가의 케이크에는 저마다 케이크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그 덕에 항상 새롭고 특별한 케이크가 탄생한다.

미소바케카케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 케이크를 선물하고자 하는 인물을 떠올리며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주문서에 적는다. 손 작가는 "때로는 정말 가슴 아픈 사연을 받기도 한다"며 "누군가에게는 꼭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인데,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고맙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케이크가 기쁜 소식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답답함을 해소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사연에 영감을 받아 자유롭게 제작된 케이크들은 의미 있는 곳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소비된다. 이야기를 나눠 먹고, 이야기가 소화된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지닌다.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예술고등학교와 미술대학에서 디자인과 순수미술(조소)을 공부한 손 작가는 지난해 3월 케이크 작업실을 열었다. 설치미술 작업을 하던 그가 케이크를 만들게 된 것은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직접 소비되면 좋겠다는 뜻에서 시작됐다. 사실상 예술 작가로서 케이크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미소바케카케는 문을 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SNS를 통해 금세 입소문이 났다. 의류, 향수 등을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하이엔드 브랜드들과의 협업은 물론 영화나 광고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오브제로도 소비되고 있다.

손 작가는 케이크를 디자인하기 이전에도 나와는 다른,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에 관심이 많았다.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이유다. 특히 미술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에 대한 동경을 갖기도 했다. "여러 전시를 열면서도 미술 작업이 직업으로 느껴지지 않아 작품 활동 자체에 의구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며 "그래서 3년간 직장 생활을 했지만, 직장인을 연기하는 하나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고 느껴 다시 작품 활동에 매진하게 됐다"고 했다. 그에게는 직장 생활도, 케이크 디자인도 진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손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늘 고민하며 '다음 스텝'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케이크를 전시장에 선보여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다른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꿈꾸고 있다.
손 작가는 "케이크 작업은 제 삶의 한 챕터라고 생각한다"며 "계속 대중에게 소비되고 소통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misobakecake 갈무리

미소바케카케 전경. 사진=손규리 작가 제공
미소바케카케 전경. 사진=손규리 작가 제공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