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이들 먹을 급식에 썩은 양파가?..어린이집 원장 "썩은 부분 다듬어 사용하라"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6 11:22

수정 2024.09.06 11:22

곰팡이 핀 멸치, 상한 양파. /사진=JTBC '사건반장',뉴시스
곰팡이 핀 멸치, 상한 양파. /사진=JTBC '사건반장',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어린이집 원장이 원생들이 먹을 급식에 상한 식재료로 급식 조리를 지시했다는 폭로나 나와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원한 세종시의 한 어린이집은 원생 수가 40명 정도로 감소하자 집단급식소에서 일반 급식소로 바뀐 뒤 원장이 직접 식재료를 관리했다.

그런데 지난달 한 교사는 조리사로부터 "원장이 상한 식재료를 줬고 그걸 원생들의 급식으로 제공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폭로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원장은 식재료를 자신의 집으로 주문해 보관했고, 필요한 재료만 어린이집으로 가져왔다. 이에 조리사가 "식재료를 어린이집으로 배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집에서 쓰던 양배추나 마늘을 어린이집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원장은 곰팡이 핀 멸치와 썩은 양파 등을 가져와 조리사에게 "식재료 썩은 부분은 다듬어 사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으며, 녹슨 감자 칼을 가져와 그걸로 깎으라고 지시했다. 원장은 급식 업체에서 받은 한우는 소분해 자기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원장은 지난달 아이들 생일상에 상한 멜론을 올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조리사가 "구매한 지 2주나 됐다. 너무 오래돼서 안 된다"고 만류했으나 원장은 "괜찮다"며 상에 올리라고 다시 한번 종용했다. 그러나 조리사의 문제 제기로 멜론은 다행히 생일상에 올라가지 않았다.

급식의 양도 문제였다.

조리사는 원장이 집에서 가져온 식재료의 양은 아이들을 먹이기엔 양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느 날 원장은 선생님과 원생 등 40명 이상이 먹을 급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파 7개, 당근 3개만을 가져와 조리를 지시했는데, 그마저도 상한 양파였다고 한다.

원장은 조리사에게 "구멍 뚫린 바구니에 보관해서 괜찮다", "채솟값이 너무 올랐다"고 했으며, "재료를 너무 빨리 쓴다"고 타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린이집 환경도 열악했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내부에 버섯이 자라는데도 원장은 이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했고, 여름철엔 전기세를 아낀다며 에어컨을 끈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원장은 '사건반장'을 통해 "어린이집 시설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식자재 부분에서 긴축재정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간혹 시든 건 있지만 상태가 너무 안 좋은 재료는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식자재를 사놓으면 금방 소진돼 일부 식자재의 경우 소분해 집에 가져간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학부모들은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시청 측은 원장에게 소명을 지시했다.


해당 어린이집은 원장을 교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집 내부에 곰팡이가 핀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뉴시스
어린이집 내부에 곰팡이가 핀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뉴시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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