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더 내고 더 받자...근데 얼마나?"
연금개혁의 핵심은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내는 돈인 보험료율은 9%,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은 40%다. 기준소득월액의 9%를 내면, 생애 평균 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숫자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적립기금은 2054년에 고갈된다는 것이다. 거둬들이는 돈은 적은데 지급해야 할 연금은 많은 상황에서 빠르게 고령화까지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이것이 정부가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다. 넓게 보면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공무원연금도 개혁의 대상이다. 이를테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통합 등 구조를 새로 짜는 식의 변화도 가능한데, 이것이 구조개혁이다.
"더 내고 좀 더 받자"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연금개혁안의 골자는 보험료율은 13%, 소득대체율은 42%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내고 조금 더 받자는 뜻이다. 연내에 모수개혁을 완료하고 22대 국회 안에서 보다 넓은 의미의 개혁인 구조개혁을 완수하자는 것이 이번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안처럼 보험료율 최소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데에는 정치권에서 어느 정도 의견을 같이한다. 이대로 가다간 연금제도 자체가 가까운 미래에 소멸하게 생겼으니, 국민 반발이 있더라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받는 돈이 너무 조금 오르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연내 합의가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45%를 주장했었다.
반면 정부여당이 이보다 소득대체율을 소극적으로 올린 데에는 역시 '재정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세대별로 다르게 낸다고?
경제 상황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진다고?
경제 상황에 따라 받는 돈이 달라진다고?
이번 개혁안의 특이점이 있다면 보험료율을 올리되,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오르도록 차등을 둔 것이다.
이는 연금제도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과 낮은 신뢰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세대 갈라치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20대는 16년에 걸쳐 보험료율 13%를 내게 되는데, 중장년층의 보험료율은 단기간 내 빠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또다른 특이점으로 언급되는 자동조정장치는 무엇일까.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등을 조정하는 장치다. 즉 이 장치가 도입되면 경제가 나빠지거나 저출산 고령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면 받는 연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소득보장에 중점을 두는 입장에선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을 반길 리 없다. 보험료율을 더 올릴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이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시기상 적절한지도 논쟁 거리다.
물론 정부여당은 재정 안정성 못지않게 소득 보장에도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국민연금만이 아닌 기초연금 인상 등 다층연금제도를 통해 노후를 든든하게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연금개혁이든, 야당이 추진하는 연금개혁이든 실제 개혁을 위해선 중요한 것은 국민적 설득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연금개혁이 진통 없이 진행된 경우는 없었다. 당장 내는 돈이 많아지는데 이를 받길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바뀌지 않는다면 닥칠 미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개혁의 방향과 속도에 대해 공감대를 이뤄야 할 것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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