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탑재 아이폰 16에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의 최신 AI 반도체 기술을 적용한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차기 아이폰 모델인 아이폰 16 출시 행사를 갖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소식통들을 인용해 애플이 9일 출시 행사에서 아이폰 16에 탑재되는 A18 반도체를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18 반도체
A18은 암의 최신 반도체 설계인 V9을 기반으로 제작된 반도체다.
영국 암의 V9 반도체 설계를 바탕으로 한 A18 반도체가 애플의 자체 AI인 애플 인텔리전스(AI)를 구동하는 반도체가 된다는 뜻이다.
애플은 암의 V9 반도체 설계를 PC에도 활용하고 있다.
애플 노트북 컴퓨터인 맥북에 들어갈 최신 M4 반도체가 V9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애플은 앞으로 수개월 안에 공개할 차세대 PC가 M4를 바탕으로 성능 면에서 '거대한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애플이 새 반도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SLM을 기반으로 한 AI를 구동하려면 그만큼 반도체 성능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인터넷에 접속해 있어야만 AI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AI와 달리 오프라인에서도 AI 기능이 제공된다.
다른 업체들이 대형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하는 대형언어모델(LLM)을 토대로 AI를 구축한 것과 달리 애플은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AI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폰 같은 휴대기기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 AI 활용이 가능하다.
휴대 기기에서 AI를 구동하려면 반도체 성능이 그만큼 탁월해야 한다.
애플은 자사 AI를 구동하려면 현재 최신, 최고급 기종인 아이폰 15프로와 프로맥스 사양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두 기종에는 암의 V8 반도체 설계가 적용된 A17프로 반도체가 탑재돼 있다.
주가 오를까
이번 애플의 아이폰 16 출시 행사가 애플 주가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예측이 어렵다.
애플 주가는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새 아이폰 출시 행사가 이뤄지는 당일에는 외려 주가가 하락했다.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아이폰 출시 행사 당일 애플 주가는 2007년 이후 평균 0.3% 떨어졌다.
다만 출시 행사 당일부터 실제 시장에 아이폰 새 모델이 풀리기 시작하는 공백 기간에 아이폰 주가는 새 아이폰 기대감으로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기간 애플 주가는 평균 2.2% 올랐다.
기간을 6개월로 늘리면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에 이른다.
연말 쇼핑 대목 기간 새 아이폰 판매가 급격히 늘면서 매출과 순익이 호조세를 보이는 것이 이같은 높은 주가 상승의 바탕이다.
출시 행사 당일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I 탑재 아이폰이 변수이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증권의 웜지 모핸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출시 행사에서 탁월한 AI 성능을 입증하면 이번에는 주가 흐름이 과거에 비해 더 좋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슈퍼사이클
애플은 아이폰 16을 계기로 아이폰 슈퍼사이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애플 대표 낙관론자 가운데 한 명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의 전망이다.
아이브스는 지난 4년 동안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아이폰 대수가 전 세계적으로 약 3억대에 이른다면서 아이폰 16이 이 아이폰 업그레이드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새 아이폰이 이전에 비해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해 업그레이드를 망설였던 소비자들이 AI로 무장한 아이폰 16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이폰 교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아이브스는 오는 29일 시작해 내년 9월 27일 마감하는 2025 회계연도 아이폰 판매 대수가 2억4000만대 후반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호시절 만난 암
애플 아이폰16과 맥북 등에 암의 V9 설계가 채택됐다는 것은 암에는 엄청난 호재다.
애플이 앞으로 수년 동안 A18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암에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르네 하스 암 최고경영자(CEO)는 V9 로열티가 직전 세대 반도체 설계인 V8의 2배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V9 설계는 3년 전인 2021년에 공개됐다.
암은 AI가 붐을 타면서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암 매각에 실패한 소유주인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9월 뉴욕 증시에 암을 상장해 큰 성공을 거뒀다.
올 들어 암 주가는 70% 폭등했다.
암의 주 수입원은 자사 반도체 기반 설계에 따른 면허 비용과 로열티다.
암의 기반 설계는 PC부터 자동차, 산업용 반도체, 또 AI 반도체에 활용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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