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7만원은 일장춘몽이었나."
고점을 찍은지 30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LS ELECTRIC(LS일렉트릭)의 주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의 6일 주가는 전일 대비 2.13% 하락한 13만3000원에 마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된 이달 2일부터 5거래일 중 4거래일 동안 주가가 빠졌다. 특히, 편입 첫 날인 이달 2일 9.11% 하락했다. 지난 달 30일 16만6900원이었던 주가와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20.31%나 빠진 것이다. 증권가에서 MSCI지수 편입으로 1724억원의 자금 유입을 전망했지만 일주일 동안기관들은 562억원어치를 매도했다. 업계에선 '셀 온 뉴스(뉴스에 팔아라)'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LS일렉트릭의 하락세는 올해 7월24일부터 시작됐다. 올해 3월부터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난 7월24일 장중 27만4000원, 종가 26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LS일렉트릭의 주가는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7월25일 17.12% 빠지기 시작하면서 급락을 거듭했다. 종가기준 현재가(13만3000원)는 고점(26만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LS일렉트릭은 2·4분기 호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1% 상승한 1096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보다 15.85% 높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전년 대비 17.67% 높은 3823억원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도 LS일렉트릭의 주가에 대해 논쟁이 있어 왔다. 지난 7월 당시 주가가 '거품이냐, 아니냐'라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DS투자증권과 iM증권은 목표주가를 각각 27만원, 23만1000원으로 2배 이상 올렸다. SK증권에선 목표주가를 30만원으로 높이기도 했다.
SK증권 나민식 연구원은 "기초 체력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기업의 미국 진출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전력기기 사이클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전력기기 사이클 후반부에 배전 전력기기 주문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국투자증권 최문선 연구원은 LS일렉트릭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투자의견 중립을 사실상의 매도 의견으로 해석한다. 그는 "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 사업은 전형적인 호황기 실적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호황 초기에는 이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수익이 무한정 개선될 수 없다. 호황이 사이클의 중기로 들어서면서 향후 3년은 지난 3년보다 이익 증가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2022년, 2023년의 영업이익 성장율은 각각 20.88%, 73.25%을 기록했지만, 2024~2026년의 영업이익 성장율은 에프앤가이드 기준으로 16~18%에 머물러 있다. 엔비디아가 최근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성장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주가가 휘청였던 것과 비슷한 투자심리가 LS일렉트릭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인공지능(AI) 거품론'도 전력기기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력기기 관련주는 AI 밸류체인에 포함돼 가파른 주가 상승을 경험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 7월24일 36만55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엔비디아 등 AI 대장주들이 휘청이면서 글로벌 전력주가 함께 휘청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LS일렉트릭의 주가가 부활하려면 엔비디아 주가가 부활하거나 획기적인 AI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라며 "LS일렉트릭의 약세는 엔비디아 약세의 예고편일 수 있다"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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