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2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사업가 A씨는 2016년 1월부터 6월 스위스의 한 금융회사 계좌를 보유하면서, 같은 해 2월 기준 계좌 잔액이 220억여원이었음에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제조세조정법을 보면 해외금융계좌 보유자는 계좌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한 적이 있는 경우, 다음 해 6월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신고의무 위반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신고의무 위반금액의 100분의 20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할 수 있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2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국내 자금을 해외로 불법 유출했거나, 의도적으로 해외 금융계좌 잔액을 숨기려고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도 "신고의무 위반금액이 약 220억원으로 적지 않은 액수"라고 지적했다.
항소심에선 공소시효 완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공소시효가 정지되는데, A씨는 이러한 목적을 갖고 국외에 있던 것이 아니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A씨의 국외 체류 목적에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홍콩으로 출국했는데, 서울지방국세청은 같은 해 6월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를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위반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고, 해외 체류로 인해 수사가 지연됨에 따라 공소제기가 곤란했던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적어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위반행위에 관한 문답조사 및 20억원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를 받은 날부터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체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은 조세 및 회계 전문가 등을 통해 상세한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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