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내리고, 늘리고… 미국 '날뛰는 집값' 잡힐까[글로벌 리포트]

성초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8 18:37

수정 2024.09.08 18:37

사라진 매물 '금리 내리자'
美 6월 주요도시 주택가격 6.5% 상승
물가상승률보다 3.5%p 높아 '역대급'
금리인하 기대에 7월 매매건수 1.3%↑
대선 주택공약 '공급 늘리자'
유권자 84% "주거비 스트레스 크다"
해리스 "당선땐 300만채 더 짓겠다"
트럼프도 "생애 첫 구매자 세제 혜택"
내리고, 늘리고… 미국 '날뛰는 집값' 잡힐까[글로벌 리포트]

연일 고점을 찍으며 위축됐던 미국 주택 시장의 거래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예고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와 거래량 반등이 시작된 것이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주택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대선 이후 집값이 잡힐 지도 주목된다.

■고점 찍은 美 집값, 금리인하로 잡힐까

8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전년 동월 대비 5.42%, 전월 대비 0.47%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이다.

미국 내 주요 도시들의 가격 상승은 더 가파르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 기준 이 지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5%나 오르면서 역시 최고 수준까지 높아졌다. 주요 도시의 상승률은 전문가 전망치(6.3%)도 웃돌았다.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미국 주택가격의 변화를 측정하는 지수로, 2000년 1월을 기준을 100으로 설정해 주택 가격의 변화율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이 2%대에 진입하면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지만 여전히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0%였던 것을 고려하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보다 3.5%p 높은 셈이다. 브라이언 루크 S&P 다우존스 인덱스 수석은 "주택가격 상승세와 인플레이션 모두 둔화했지만, 양자의 격차가 역사적인 평균보다 더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집값 상승세의 주된 요인으로는 장기화된 고금리로 기존주택 매물 공급이 줄어든 것이 지목된다.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 매입 시기와 지금의 금리 차이가 크다 보니 집을 내놓기를 꺼려해 주택 매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 장기화로 잠재주택 주매자들의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거래가 끊겼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통계에 따르면 2021년엔 미국 기존 주택매매 건수는 매달 500만건 후반에서 600만건 초반 수준으로 유지됐지만 금리인상이 시작된 2022년 3월부터 주택 거래는 급격하게 축소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주택매매 건수가 385만건으로 집계되면서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올해 2월 438만건이었던 주택매매 건수는 꾸준히 하락하며 6월 390만건을 나타냈다.

NAR가 협회 소속 중개인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최근 주택 시장의 어려운 점으로 주택 매물 부족(26%)과 주택 구입 여건 악화(26%)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최근 들어 집값 반등 분위기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난달 28일 기준 6.44%까지 떨어지며 202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6.43%까지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7.8%로 정점을 찍었다. 금리인하 기대 속 기존주택매매건수는 7월에 395만건으로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NAR의 로런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구매력 문제와 미국 대선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한다"며 "모기지 금리가 더 떨어지면 잠재 수요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 '공급'에 집중한 대선 공약

오는 11월 대선도 미국 주택 시장의 향방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유권자의 84% 가량이 임대료와 주거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여론조사가 나올 만큼 주택 시장에 대한 미국 내 불만은 최고조다.

우선 양 당 모두 공급에 집중을 하고 있다. 높은 금리로 주택 수요자가 줄었지만, 공급이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8월 이후 미국 주택시장의 매물 건수는 27%나 감소했다. NAR는 미국 전역에 부족한 주택 수를 지난 4월 기준 최대 700만채로 분석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첫 임기 4년간 300만채 신규 주택을 공급하고, 일반 주택 건설업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게 최대 2만5000달러의 계약금을 지원해 거래 증가를 꾀하고, 주택임대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공급과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하는 공약을 내놨다. 우선 연방정부 소유 토지에 신규 주택을 건설하고,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자 제재를 강화해 집값 안정화를 이끌고 주택비용 규제 폐지 등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금 부담을 낮춰 저렴한 주택을 더 건설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건설사의 세금 공제가 공급을 늘리기 위한 혜택을 제공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의 더그 던컨 수석부사장은 "2015년부터 주택 가격이 그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해 왔다"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이 지난 몇 년 동안 경험한 극적인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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