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고민 없는 정책, 아무도 찾지 않는 시장

김찬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8 18:42

수정 2024.09.09 18:08

김찬미 증권부
김찬미 증권부
"코넥스는 사실상 죽은 시장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만 들 뿐 오히려 코스닥에 상장할 자격이 부족하다는 낙인이 찍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한 상장사 대표는 코넥스를 이렇게 평가했다. 과거 그는 코넥스 상장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늦더라도 몸집을 키워 코스닥 직상장을 선택한 것이 잘한 선택이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코넥스는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고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기 위해 만들어진 시장이다.
지난 2013년 7월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성장사다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코스닥 이전상장으로의 사다리 역할은커녕 코넥스를 찾는 기업들의 발길조차 뚝 끊겼다.

실제로 올해 코넥스에 상장한 기업은 세븐브로이맥주와 팡스카이 단 2곳뿐이다. 코넥스 시장이 문을 열 당시 45개 기업이 상장하고, 2016년 신규 상장기업이 50곳까지 늘어나며 문전성시를 이뤘던 것은 과거의 영광으로 남았다.

반면 코넥스 상장폐지 기업은 올 상반기에만 8곳으로 신규 상장기업의 4배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데이드림엔터와 청광건설 등이 자발적으로 코넥스를 떠나기도 했다.

기업들의 발길이 끊긴 곳에는 투자자들의 외면만 남았다. 최근 3개월간 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19% 급감했다. 투자자들마저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비상장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더 찾는다고 말할 정도다.

방치된 시장은 기업과 자본시장 모두에게 해롭다. 코넥스가 '아픈 손가락'이 되는 동안 기업은 성장하지 못한 채 고립돼 왔다. 시장은 인프라와 자본을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코넥스를 완전히 탈바꿈해 살려낼 것인지 혹은 호흡기를 뗄지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제2의 코넥스를 만들지 않기 위한 성찰도 필요하다. 지난해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금은 전무하다. 2020년 12억원이던 지원금은 2022년 약 7억원에서 지난해 3억원까지 떨어지더니 올해는 단 한 푼도 없었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촘촘한 설계와 장기적인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민의 부재에 결국 식물상태의 시장만이 남았다. 결론에 대한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더 멀리 앞을 내다보는 정책들이 자본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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