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판결 이후 위법 시정해 처분…기판력 반하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소송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이 취소됐더라도, 새로운 사유를 들어 금액을 재산정해 부과했다면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상환)는 농업회사법인 A사가 전남 영암군을 상대로 제기한 원인자부담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사는 지난 2016년 5월 전남 영암군에 건축 중이던 건물을 사들였다. 건물 부지를 포함한 마을 일대는 상수도 배설관이 매설돼 있지 않아 상수도 미급수 지역에 해당했다. A사를 비롯한 인근 주민과 사업주들은 상수도관 설치를 요청했고, 영암군은 2016년 7~9월 상수도 본관 매설 공사를 완료했다.
A사는 추가로 건물에 대한 상수도 신규급수공사도 신청했고, 영암군은 A사에 원인자부담금 7698여만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처분에 불복한 A사는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이후 영암군은 원인자부담금 부과에 관한 협의요청을 했지만, A사는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영암군은 A사의 건물 중 2~3층 숙박시설에 대해 원인자부담금을 3700여만원을 부과했다.
A사 측은 "종전 판결의 기속력에 반한 처분이므로 위법하고, 상위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무효"라며 재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새로운 사유를 내세워 처분을 했으므로, 종전 판결이 기판력에 반한 처분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종전 판결에서 이유로 제시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과 수돗물 사용량 산식의 적용상 위법을 시정해 처분을 내렸다"며 "처분 사유가 종전 판결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에 있어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암군의 조례가 수도법의 위임 범위도 넘어서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영암군 조례는 환경부의 '상수도 원인자부담금 산정·징수 등에 관한 표준조례'를 반영한 것으로, 여러 지자체가 유사한 내용으로 수도법에 따른 원인자부담금 부과 대상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수도법 시행령은 원인자부담금 산정에 필요한 세부 기준을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며 "영암군 조례에 따라 원고에게 숙박시설에 대한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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