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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나 싶더니"...조선업계 파업 암초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9 16:38

수정 2024.09.09 16:38

추석 전 마지막 공동 파업
"사측이 추가 제시안 내야"
일감 채운 조선업계 예의주시
"최악의 경우 배상금 발생할 수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불황 끝 호황'을 앞둔 조선업계에 연쇄 파업 리스크가 불어닥쳤다.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의 공동 파업에 이어 사업장 별로 부분 파업이 잇따라 예고된 상태다.

조선업계 노조는 이달 추석 명절 전까지 사측이 임금 및 단체협상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25일 대표단 모집 회의를 통해 향후 대응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시안 없을 경우 25일 파업 방향성 논의"
금속노조와 조선노연은 9일 오후 2시 30분께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조선노연은 HD현대 계열사를 비롯, 한화오션·삼성중공업·케이조선·HSG성동조선 등 8개 조선사 노조가 포함돼 있다.

이번 파업에는 8개사 대표들과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지부 노조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4~7시간 가량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지부 일부도 자체적으로 부분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에 추석 전까지 전향적인 제시안을 내라고 압박한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만약 (마땅한) 제시안이 없으면 25일에는 조선노연 대표들이 모여 향후 파업 방향성에 대해 논의, 발표할 것"이라며 "추석 전 공동 파업은 오늘이 마지막이지만, 사업장 별로 파업은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조선사 노조들의 파업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한화오션 노조들이 지난달 중순 거제 사업장에서 부분 파업에 돌입했고, 지난 4일에는 조선노연 차원에서 울산 HD현대중공업 정문 앞 파업을 진행했다.

조선업계 예의주시..."최악의 경우 지연금 발생"
파업이 전반적으로 번지면서 조선업계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올해 빠른 일감 확보로 수주량을 채우고 있는 데다 수주를 원하는 선사 수요도 이어지고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파업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말 144척, 162억7000만달러(약 21조1000억원)를 수주하며 이미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약 18조원)를 20% 이상 초과했다. 한화오션도 8월 초 기준 목표의 72.2%를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의 불황을 극복하고 경영 실적을 회복하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서 유감스럽다”고 했다.

업계는 납기 지연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납기 지연금은 발주 지연이 계약 기간보다 길어지면 조선사가 선주 측에 내는 배상금의 일종으로 적게는 하루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의 경우 51일에 걸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노조 파업으로 납기 지연금 포함 업계 추산 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사측에서 이달 초 제시한 1차 제시안을 거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안팎의 경영환경을 고려해 고심끝에 마련한 제시안을 노조가 수용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한다"며 "더 진솔한 자세로 추가 교섭에 임해 조속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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