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개발자 공급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T서비스 업체들도 AI 기반 서비스를 새 캐시카우 사업으로 설정한 곳이 많다. 대규모 퍼블릭 클라우드를 공급하는 국내 IT서비스 업계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AI를 붙이고 있다. 삼성SDS는 이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AI 연산을 돌리려면 중앙처리장치(CPU)보다는 GPU를 통해 연산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사용자 취향에 따른 추천서비스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과거엔 콘텐츠에 보이지 않는 메타 태그를 여러 개 붙였으나 이제 더 정교한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가 가동된다.
최근엔 이동통신 3사도 AI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사실상 상시 AI 경력자를 채용하는 상태에 다다랐다. LLM 경력개발자와 대화형 언어모델 개발자, 자연어처리기술 개발자를 경쟁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T의 경우 전체 직군 대비 AI 관련 인력 비중이 40%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에 깔아놓은 통신 인프라를 중심으로 하는 업계에서 AI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통사들이 이렇게 경쟁적으로 AI 인재를 빨아들이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망 사업 정체다. 오랫동안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았던 이동통신부문 영업이익은 둔화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2조9452억원이던 이통 3사의 이동통신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 2022년 2조6870억원으로 줄었다. 10년이 지나도 성장률이 정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LTE에서 5G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통사들은 주파수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에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소비자가 얼마나 빨리 차세대 망으로 넘어오느냐가 자금회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LTE 속도에 만족한 소비자는 선뜻 5G로 넘어오지 않았다.
10년 전에 비해 이통사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는 더 많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이다.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단골 어젠다 중 하나가 통신요금 인하였다. 사기업의 수익을 줄여 국민 부담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이통사들은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대놓고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서글픈 상황이기도 하다. 기존에 없던 알뜰폰 가입자도 전체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더 이상 가입자 유치 전쟁은 이통사의 핵심전략이 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을 꿈꾸는 이통사의 전략은 필수적이다. 다만 AI만이 성장을 위한 특효약이라 맹신하는 것은 아닌지 다소 우려스럽다. 페이팔 투자자이자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인 피터 틸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AI 산업을 초창기 인터넷 사업에 비유했다. 인터넷 붐이 일던 1999년에 많은 IT거인들이 탄생했지만 실패사례도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통사들은 AI를 이용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겠지만 과감한 수익화는 당장 어려울 수도 있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아 인력감축을 다시 고민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급하지만 천천히 서두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ks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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