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측정 요구받자 '외교관 면책' 주장
고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기각
고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기각
[파이낸셜뉴스] 국제기구 소속 외국인 남성이 술을 마시고 운전한 뒤 경찰의 음주측정 요구를 받자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며 거부했다가 벌금형에 처해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21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측정 거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스위스 국적 남성 A씨에 대해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4일 오전 2시 21분께 서울 마포구에서 약 400m의 거리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외교차량을 운전한 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혐의를 받는다.
차량을 주차하고 인근 클럽에 갔다가 돌아온 A씨에게 택시기사들과 주차 시비가 붙었고, 술 냄새를 맡은 기사가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A씨 몸에서 술 냄새가 나고 발음도 부정확하게 하는 등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측정을 시도했지만 A씨는 모두 거부했다.
그러나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A씨의 경우 우리 경찰 당국의 음주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A씨는 "한국 법을 잘 알지 못해 측정 거부 자체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동한 경찰관이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명했고, 당시 경찰과 A씨 사이의 대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외국인인 점,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벌금형을 내렸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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