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소비는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으로 꽂힌다. 2023년 전국에서 99만명의 자영업자가 폐업을 신고했다. 올해 2·4분기 서울에서 1만5810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팬데믹 때보다 20% 많은 수치다. 사실상 문을 닫았으나 폐업신고를 못하는 이도 상당히 많다. 폐업하면 사업자 대출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책자금 대출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했다.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4.5%로 전환해 준다. 소상공인 채무조정에 쓰이는 새출발기금을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연간 배달비와 전기료를 각각 30만원, 20만원 지원한다. 간이과세 적용 기준금액을 상향해 25만여명이 세금을 덜 내게 됐다.
자영업자 지원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2023년 국가가 징수한 세금은 월급쟁이가 내는 소득세(33.7%)가 가장 많고 다음이 법인세(23.4%), 부가가치세(21.4%)다. 적어도 자영업자 지원의 3분의 1은 월급쟁이가 낸 세금이라고 봐도 된다. 그러면 월급쟁이의 형편은 자영업자보다 나을까? 국가통계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이하 통계는 각 연도 3월 기준)를 보면 알 수 있다. 2023년 가구주가 상용근로자(월급쟁이)인 가구의 자산 평균은 5억6907만원이고, 자영업자 가구는 6억6432만원이다. 상용근로자 가구의 자산은 전년에 비해 8% 감소했지만, 자영업자 가구의 자산은 0.3% 증가했다. 전체 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용근로자 가구(20%)가 자영업자 가구(18.2%)보다 높다. 상용근로자 가구의 부채 부담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월급쟁이의 세금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이유를 굳이 찾자면, 부채와 소득이다. 부채는 자영업자 가구가 상용근로자 가구보다 737만원 더 많다. 그리고 상용근로자 가구가 자영업자 가구보다 1411만원 더 번다. 이유 하나를 더 보태면, 상용근로자(1639만명)가 자영업자(572만명)보다 더 많다.
월급쟁이(상용근로자)가 낸 세금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한다는 등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월급쟁이가 자영업자만큼 지원해 달라면 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그만큼 세금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이유와 목적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자영업자 지원은 정치적 관심을 경제정책으로 집행하는 것이다. 적어도 경제정책은 통계에 기반해야 한다. 그러나 자영업자에 대한 정의 자체가 불분명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의하는 자영업자와 통계청,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이 함께 만드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자영업자가 다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겹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자영업자를 전담하는 부처는 아니다. 다행히 기획재정부가 '깜깜이' 자영업자 통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내년 하반기가 목표인데 서둘렀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국가 경제의 허리이자 버팀목이라 했다. 건전재정은 불가피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은 더 지원하라고 압박한다. 정치는 민생의 아우성에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정책을 행할 땐 지향하는 바를 꼭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영업자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아냥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앞으로 연금을 더 내야 하는 월급쟁이를 설득할 수 있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약력 △55세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위원 △중소벤처기업정책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원장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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