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은 정규직을 고용하면 상대적으로 해고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2000년대만 해도 삼성전자는 실적부진에 직면할 때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불필요한 비용 감축 등 당면한 위기를 넘기 위해서라면 인력 감원에도 큰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인위적 구조조정에 돌입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기존 인력 규모를 유지할 뿐 아니라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시행 중인 공채 제도를 통해 매년 상·하반기에 걸쳐 신규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술인재를 선점해야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쥘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지만, 재계 1위 삼성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사회환원 성격도 지니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이 같은 인력운용 기조가 향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증원에 비례해 강성 노동조합에 가세하는 직원이 늘어나며 사내 분쟁도 심화되고 있다는 매체의 시각은 곱씹어볼 만하다.
인력 감축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채용에 앞장서고 있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오히려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키우고 있는 현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 향상은 투자·생산 등을 진두지휘하는 경영진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한 노조의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
창사 55년 만의 총파업을 주도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사내 최대 규모 노조라는 점을 앞세워 대표교섭권을 다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악화 속에도 업계 전반의 감원 기조에 역행해 고용유지에 힘쓴 삼성전자의 노력을 노조가 공감하길 바란다. 사측의 일방적 양보만 바라는 위협적 파업 구호를 내려놓고, 이제는 전향적 대화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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