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C커머스 공습 경보, 혁신 없인 한국 유통 고사할 것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0 18:33

수정 2024.09.10 18:39

中 알리, 한국 고객 절반 확보 밝혀
위기의 우리 유통 살릴 대책 시급해
국회에서 '소상공인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국내 플랫폼 역할과 대외 전략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에서 '소상공인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국내 플랫폼 역할과 대외 전략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한국 내 대표 쇼핑 플랫폼이 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 3일 중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한국 톱 이커머스 업체가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알리는 앞으로 3∼5년 안에 한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고객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이용자 수를 약 3400만명으로 추산하면, 2027년 이후 1700만명을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말이다.
마케팅 공세 수위도 더욱 높이겠다고 한다. 자사 입점 업체에 대한 수수료 면제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게 그 하나다.

한국 제조업체가 만든 제품을 해외에 직접 파는 사업도 펼친다고 한다. 한국에서 인기 높은 한류 상품을 알리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내다 팔겠다는 것이다. 한국 내 물류센터를 확보해 스마트물류 기능도 강화한다. 약진하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가 한국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에 국내 유통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업에 국적이 따로 없는 세상이다. 유통업체도 글로벌화되고 있다. 소비자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할 권리를 갖는다. 해외직구가 보편화됨으로써 유통의 국경도 사실상 허물어졌다. 국내 유통기업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에 팔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업체의 국내 시장 장악 시도는 우리로서는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다. 가격과 제품 수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 시장과 소비자를 쥐락펴락할 것이다. 뒤떨어진 한국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10대 이커머스 플랫폼 가운데 절반이 중국 플랫폼이다. 1위는 미국 아마존이지만 2∼6위는 중국의 테무, 타오바오, 티몰, 징동닷컴, 콰이샵이 싹쓸이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뒤떨어진 글로벌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C커머스를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어떤 대응과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 온라인 플랫폼은 위메프·티몬 사태라는 내부 위기에 설상가상으로 C커머스 공습이라는 외부의 협공을 받고 있다. 유통의 대위기 국면인 것이다.

유통산업을 대혁신할 방안이 절실하다. 민관이 함께 꾸린 '유통산업 미래포럼'이 가동 중이긴 하다. 곧 발전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판매기법 개선, 혁신적 유통생태계 조성, 규제완화 방안, 해외 신시장 개척 등이 담길 것이라고 한다.
원론 수준의 재탕삼탕 정책이라면 아예 내놓지 않는 게 낫다. 아마존이나 알리 등 중국 업체들이 어떻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획기적 혁신이 없는 한 국내 유통산업은 고사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