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어서와, 저유가 시대는 오랜만이지?"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주식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정유주는 정제마진 축소 등 수익성 악화 우려로 약세가 두드러지고, 물류·항공주 등은 비용절감 효과 기대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가 급락에 정유주 내리막길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4.31% 급락한 배럴당 65.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가격은 3.69% 떨어진 배럴당 69.19달러이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지난 2021년 12월 이후 2년9개월 만의 최저치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었던 지난 2022년 6월 120달러선까지 치솟던 유가가 60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원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배럴에서 203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2025년 수요 증가분 전망치도 하루 174만배럴에서 170만배럴로 낮췄다.
중국 경기 둔화에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더해지면서 낙폭을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중국의 내수 경기가 기대와 달리 더 악화하고 있어 일본형 장기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며 "중국 디플레이션 악순환이 장기화하면 글로벌 경기, 특히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정유주의 약세가 뚜렷하다. S-Oil(에쓰오일)의 주가는 지난 4월 고점(8만3500원)을 찍은 후 5개월 만에 30% 넘게 빠졌다. WTI 가격이 배럴당 86달러까지 회복하다가 떨어진 흐름과 거의 같은 흐름이다.
한화투자증권 윤용식 연구원은 "3·4분기 실적은 계절적 성수기에도 유가 하락으로 1110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된다. 정제 마진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유 부문 적자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에쓰오일의 217억원 규모의 분기 영업손실을 내다봤다.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조선주도 저유가에 주춤하기 시작했다. 21만원을 넘던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현재 17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한화오션도 이달 들어 8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에 실패했다. 유가 하락은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를 줄일 수 있어 조선사에 악재로 인식된다.
■저유가 수혜업종 관심권에 둬야
비용 절감이 기대되는 항공·물류 관련주는 주가에 날개를 달고 있다. LS증권 이재혁 연구원은 "2·4분기 항공사들의 영업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됐으나 최근 유가·환율 하락 추세로 우려 요인이 다소 경감됐다. 3·4분기 실적 기대 고조와 거시경제 트레이딩 수요에 따라 항공주 투자 심리도 점차 우호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9월 추석 연휴와 10월 징검다리 연휴 효과로 항공·여행업종의 반사 수혜도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이날 유가 하락 소식에 CJ대한통운은 전일 대비 5.58% 상승한 10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상현 연구원은 "유가 급락이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며 "유가 하락이 물가와 소비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유가 급락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저유가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 수혜주를 관심권에 둬야한다고 조언한다.
상상인증권 최예찬 연구원은 "내년 유가 하락폭이 지금보다는 완만하게 진행되겠지만, 내년부터 구조적인 저유가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한다"며 "과거 저유가 국면에서 정보서비스, 자유소비재, 통신서비스, 헬스케어업종이 지수상승률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김성환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침체 없이 유가 하락으로 물가만 안정화된다면, 소비재 섹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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