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연휴요…?" 연휴에 수당도 없이 일해야 판[추석이 두려운 中企(하)]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1 16:02

수정 2024.09.11 16:19


기업 규모별 추석 휴무 일수 분포
구분 3일 이하 4일 5일 6일 7일 이상
전체 7.30% 9.30% 74.60% 4.90% 3.80%
300인 이상 4.50% 10.60% 57.60% 24.20% 3.00%
300인 미만 7.70% 9.10% 76.60% 2.70% 3.90%
(한국경영자총협회)

[파이낸셜뉴스]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추석 연휴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 대기업 근로자들이 받는 상여금은커녕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연휴에도 일을 해야 할 상황에 빠져서다. 근무를 해도 따로 받는 수당이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5인 이상 654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추석 휴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기업의 16.6%가 추석 연휴에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 연휴는 주말과 추석 공휴일 3일을 더해 총 5일인데, 응답기업 10곳 중 2곳은 모든 연휴를 온전히 쉬지 못한다고 한 셈이다.

특히 4일 이하 휴무 기업 비중은 300인 미만(16.8%)이 300인 이상(15.2%)보다 1.6%p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300인 미만 기업 중 4일 휴무 기업은 9.1%, 3일 이하 휴무 기업은 7.7%로 조사됐다. 이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감 부담은 크지 않으나 납기 준수 등 근무가 불가피해서(44.0%)'가 가장 많은 응답을 얻었다.
'일감이 많아서'라는 응답도 13.1%로 조사됐다.

불이익 무서워 공장 가동

실제 많은 중소기업은 대기업 일감 납기일을 맞추느라 연휴에도 공장을 가동한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는 정해진 납기일에 따라 진행되는데, 이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해당 중소기업은 계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일정에 맞춰 작업하는 게 아니라 원청기업의 일정에 맞춰 작업하고 납품을 한다"며 "보통 이런 과정들은 시간이 촉박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연휴에도 출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5인 이상 사업장은 법정공휴일에 일할 경우 근로기준법 제56조에서 정하는 휴일근로에 따른 가산수당 지급의무가 적용돼 통상임금의 150~200%를 휴일근로수당으로 받을 수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해당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5인 미만 사업장 휴일수당도 없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A씨는 "명절 연휴가 끝나고 밀린 주문을 모두 처리해야 하므로 연휴 중 하루는 나와 일을 한다"며 "연휴에 일한다고 특별히 따로 받는 수당은 없고, 사실상 마음 편하게 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추석 상여금이란 '언감생심'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의 상여금 및 성과급은 32만8000원으로 300인 이상 기업의 상여금 및 성과급인 148만6000원의 22.1% 수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여금·성과급 수준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B씨는 "올해는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추석 상여금이란 기대하기 어렵다"며 "공휴일에도 발주가 많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해야 했는데, 이번 추석엔 그나마 쉴 수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명절 때마다 대기업의 복지, 상여금 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진다고 호소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상생협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침체 시기일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는 구조적인 문제로 서로의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상생협력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회적으로도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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