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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괴롭히는 불법사금융" '사각지대' 지자체 대부업체 절반으로 줄인다

이승연 기자,

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1 16:00

수정 2024.09.11 16:00

당정협의 거쳐 '불법사금융 척결
및 대부업 제도개선방안' 발표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앞으로 지자체 등록 대부업체 규모가 절반여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서민·취약계층의 불법사금융 피해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부업 수질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가 칼을 빼들면서다. 이와 함께 불법사금융업자에 대해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등 불법사금융업자 추가 유입 유인을 차단하고 합법 대부업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노력을 관계부처 협동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등록 문턱 높이고 감독 수위 상향


금융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불법사금융 근절과 대부업 신뢰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고금리, 내수회복 지연 등에 따라 서민·취약계층의 자금 수요가 높아지는데 불법사금융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간 정부는 '불법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서민·취약계층 자금공급 확대 및 채무자 보호 등을 논의했다.

그간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던 지자체 대부업 제도를 개선하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현행 법인 5000만원, 개인 1000만원으로 설정돼 있는 대부업 등록 요건을 앞으로 각각 1억원, 3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지자체에 등록된 7628개 업체 중 3300여개만이 등록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23년말 기준 국내 대부업체수는 지자체 등록 7628개를 포함해 총 8597개로 일본의 수치(1548개)를 크게 웃돈다. 이에 지자체 등록 대부업자가 낮은 진입규제로 영세대부업 난립 우려가 높아지고 관리·감독에 있어서도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앞서 지난 2005년 대부업 등록 요건을 5000엔 이상으로 상향조정한 바 있다.

또 불법사금융에 대한 금융소비자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불법대부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불법사금융 피해자 구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이번 방안에 담겼다. 대표적으로 기존 미등록대부업자를 불법사금융업자로 명칭을 변경할 계획이다. 성착취 추심 등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의 무효 근거를 마련하고 불법사금융업자 수취 이자도 기존 20%에서 6%로 하향해 신규 진입 유인을 떨어뜨린다.

'서민금융 축소' 우려에 반박


금융위원회는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통해 불법사금융으로 인한 피해를 획기적으로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제도개선 방안을 포함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최대한 신속하게 입법 추진하고 법 개정 이외에도 즉시 시행가능한 조치는 바로 집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대한 이른 도입을 위해 의원법 입법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범정부 불법사금융 척결 TF'를 통해 국민들의 불법사금융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제도개선·보완 사항도 지속 검토·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민·취약계층의 일상을 파괴하는 불법사금융에 정부와 관계기관이 합심하여 어느 때보다 시급히 총력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부업법을 전면 개편하는 만큼, 이번 방안이 내실있게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칫 대부업 등록 문턱을 과도하게 높여 대부업 등록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업 등록 요건 강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대부업 등록 영업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조차도 영업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3년 뒤 등록 연장을 해야 하는데 자본 요건이 부담스러워 음성화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진홍 금융위 금융소비자국장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영업이 성행하기 때문에 금융이용자의 접근 기회는 과거처럼 (대부업체의) 개수나 지역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관리·감독 사각지대이고 최고금리를 훨씬 뛰어넘는 이자율을 수취하는 업체에서 접근 기회를 열어주기보다 감독의 질을 높여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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