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계획따라 대출 한도 제각각
주담대 금리 여전히 높아 이자부담
대출로 집 구할 실수요자 불안하다
실수요 구제책에 일단 안도의 한숨
주담대 금리 여전히 높아 이자부담
대출로 집 구할 실수요자 불안하다
실수요 구제책에 일단 안도의 한숨
#."새로운 대출한도 도착했어요." 최근 생애 첫 주택 구입계약을 한 직장인 A씨는 11일 오전 한 인터넷전문은행으로부터 이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지난달 20일 같은 메시지를 받은 데 이어 두번째다. 구입한 주택의 잔금일이 다음 달인 A씨는 대출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지난주 가까스로 다른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 같은 한도변경 메시지에 곧바로 이 은행의 대출한도를 확인해봤다. 전달보다 한도가 확대되고 금리는 낮아졌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달라진 대출정책에 속이 쓰렸지만 언제든 다시 바뀔지 모른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대출을 통해 주택 구입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날 은행들이 실수요자에 대한 전담 심사에 나서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로 했지만 가계대출 한도는 은행별 경영계획에 따라 갈릴 수 있어 사실상 '복불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금융사를 선택해야 할지 더 신중한 계산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실수요자 대출, 은행 따라 복불복
11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잔금이 모자라 전세를 놓으려는 경우도 자칫 갭투자로 판단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깊다. 어렵게 첫 내집 마련에 성공하고도 실거주를 못하는 상황에 대출마저 막히면 어쩌나 우려가 여전한 것이다.
다주택자는 더더욱 불안하다. 무주택자인데 일반분양을 받아 분양권을 보유한 경우에는 유주택자로 간주되지 않아 5억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주택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은 DSR 규제 및 전세대출 규제로 자금마련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정책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았다. 실제로 은행에서조차 대출한도 변화에 대한 답변이 수시로 달라졌다. 최근 서울에 주택을 구매한 B씨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영향이 없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9월 주택담보대출 실행을 계획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8월 하순 한 은행에서 대출한도를 조회했을 때 9월 스트레스 DSR 시행 후에도 주담대 한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안내를 받았다"며 "그러나 상담 바로 다음주인 8월 마지막 주에는 이 은행으로부터 '8월 29일부터 대출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대출은 풀려도 고금리는 여전
대출은 풀리는 모양새지만 주담대 금리는 여전히 높다. 앞서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축소를 주문한 8월 하순부터 하루가 다르게 주담대 금리는 올라갔다. 지난달 주담대 상담을 받았다고 밝힌 한 직장인은 "7월에 상담했을 때는 주담대 금리가 보금자리론보다도 낮은 3%대 금리라서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 부담이 좀 가벼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젠 4%를 훌쩍 넘는다"며 "이자부담이 이렇게 높아질 줄 알았으면 주택구매 계획을 다시 짰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는 하지만 이미 이와는 별개로 상승한 주담대 금리에 실수요자들은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올해 서울 입주물량의 70%가 몰린 서울 강동구 신축에도 대출 관련 문의가 많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둔촌주공 입주장에 따른 전셋값 하락세를 예상해 계약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며 "전세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1, 2월이 가장 큰 성수기이기 때문에 대출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시장을 지켜보자는 세입자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요자들이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단기간에 주택 가격이 수도권 위주로 크게 회복되면서 가계대출 총량이 좀 늘어난 만큼 금융당국과 은행이 다주택자의 여신을 규제하는 것은 필요했다"면서도 "규제 과정에서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수도권에서 당초 예상보다 강도가 좀 세게 적용된 데다 늦어지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당혹스러움은 좀 해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의 예외조항 등을 통해 실수요자의 대출문호는 좀 열렸다"며 "뒤늦게라도 실수요자의 대출규제가 좀 풀린 것은 다행스러운 지점"이라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용준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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