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모르고 샀는데 수억대 벌금 떠안아… '불법건축물 합법화' 다시 도마에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1 18:23

수정 2024.09.11 18:23

위법 인지 못한 채 매수한 피해자
여야 모두 "구제해야" 법안 발의
"원칙적으로 불가" 정부는 '반대'
빌라 등 주거용 불법 개조 건축물을 양성화하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재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며 불법 건축물 합법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 반면 정부는 "불법의 합법화는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출범 후 불법 건축물 양성화 법안으로 불리는 '특정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법안만 5건에 이른다.

지난 5월 송옥주 의원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김은혜·김도읍·이정헌·남인순 의원 등 여야 모두에서 법안을 낸 상태다.

이들 법안은 무허가 건축, 무단 용도 변경 등 불법적으로 개조된 주택 등 건축물에 대해 정식 사용승인을 내줘 합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전실 확장 등 위법 건축물인지 모르고, 건물을 매수한 집주인이 매년 막대한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있는 만큼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이행강제금은 건물을 불법 개조한 건축주가 아닌 해당 건축물의 소유자에게 원상복구 때 까지 부과된다.
발의된 특별조치법은 합법화 대상의 차이는 있지만, 일정 면적 기준 등을 충족하면 양성화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대체적으로 합법화 대상은 가구당 전용면적 85㎡ 이하인 다세대주택, 연면적 660㎡ 이하의 다가구 주택 등 소규모 주거용 특정건축물에 적용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불법 건축물인지 모른채 매입한 집주인들이 수억원대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선량한 피해자를 구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정부는 불법 건축물을 합법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불법 건축물이 합법화되더라도 건축물의 구조안전이나 피난기준 등은 위법한 상태로 존치돼 안전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국민간 형평성 논란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민적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불법을 양성화할 수 없다"며 "양성화 법안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불법 건축물을 합법화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1980년, 1981년, 2000년, 2006년, 2014년 등 5차례에 걸쳐 전체 불법 건축물 76만7000여개 중 49만여개를 양성화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법 규정을 예외적으로 적용해 한시적으로 양성화 한 적은 있지만, 최근에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불법은 합법으로 전환하고, 앞으로 불법 건축물을 지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법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며 "과거에 잊을만 하면 양성화해줬지만, 앞으로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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