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에도 체코와의 인연이 있다. 당시 3·1운동이 체코 신문에 크게 보도되면서 유럽 전역에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와 오랜 인연을 가진 체코가 최근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단독 선정하면서 체코 신규원전 수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낭보가 들렸다. 국민의 염원을 담았던 100여년 전의 그날처럼 우리 국민들의 진심이 또다시 체코에 닿은 것일까.
우리나라는 과거 유럽으로부터 원전기술을 들여왔다. 1989년 프랑스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한울1·2호기를 건설했다. 그랬던 우리가 35년 만에 원전을 유럽으로 역수출할 기회가 생겼다.
현재 유럽은 원전 도입의 붐이 물밀듯 일고 있다. 스웨덴은 2045년까지 10기 수준의 원자력 개발 로드맵을 확정했고, 영국도 탄소중립을 위해 신규원전을 도입하기로 했다.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의 국가에서 대형원전 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최근에는 탈원전을 선언했던 스위스까지도 탈탈원전을 선언하며 원자력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세계 시장이 열려도 국내 정책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동력이 떨어질 터. 하지만 다행히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내년도 예산안에서 SMR, 원전 생태계 지원 등 원전산업 지원예산이 크게 증가해 앞으로 원전이 국가 주력사업으로서 계속해서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원전산업은 흔히 100년을 함께 간다고 한다. 건설에 약 10년, 운영에 60년 이상 앞을 내다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체코 국가안보보좌관이 원전뿐 아니라 산업, 투자, 방산, 교통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전면적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체코와의 미래 관계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100년 전 우리에게 도움을 준 체코에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원자력 에너지라는 기술로 그들의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에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것을 보은이라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 더해 그 이상의 협력으로 앞으로 양국은 상생하는 국제사회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2124년, 체코와 우리는 어떠한 모습일지 궁금하다.
김혜진 홍익대 기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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