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의 상당 부분은 우선 '우리 돈'으로 채워진다. 무기 구입 시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상대국 정부를 위해 우리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구매국 정부에 '무역금융' '수출금융'이란 명목으로 대출하는 돈이다.
방산을 비롯한 수출금융 지원은 세계적인 시스템이다. 미국은 원조나 차관 형식으로 수출금융을 지원하고, 프랑스나 스웨덴은 정책기관은 물론 시중은행에서도 수출금융 관련 조직을 운영하기도 한다.
심지어 선진국들은 수출금융을 대규모화, 패키지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는 이집트에 자국 라팔 전투기를 수출하면서 2015년에 계약금액(59억달러)의 50%, 2021년에 계약금액(47억달러)의 85%를 대출을 통해 마련해줬다.
우리 정책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구매자 측은 한국산 가성비 높은 무기를 구매하고, 우리 정부 보증으로 현지 금융기관에서 싼값으로 돈을 빌리거나 우리 금융기관의 직접 대출을 받아 무기를 구매한다.
일견 '내돈내산'으로 보이지만, 구조는 자동차금융(캐피털론)에 더 가깝다. 새로 자동차를 뽑을 때 캐피털사가 금융을 제공하지만 공짜로 물건을 넘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우리 무기 수출도 수출금융을 통해 상대국으로부터 원금은 물론 이자도 또박또박 받을 수 있는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고객의 상태다. 신용도 높은 '우량고객'인 경우에만 해당하는 모델이다. 반대의 경우엔 돈을 떼일 수 있다.
가령 폴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신용등급상 고소득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최근 첫 구매를 결정한 루마니아나 일부 동남아 국가는 우량고객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대목을 맞은 K방산을 위해 나라가 법까지 바꿔가며 돈을 빌려줄 준비가 돼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일부 국가는 돈이 있어도 우리 수출금융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이미 '먹튀 논란'으로 신뢰를 잃은 인도네시아가 약속대로 우리 전투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예상 구입금액 5조원가량을 전부 우리 수출금융에 기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K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고 후속 군수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금융을 활용하는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비우량 고객에게까지 대출금을 대주고, 돈을 못 받아 올 필요는 없다. 우량고객과 비우량고객을 구별하는 건 우리 몫이다.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