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車에 이어 열차까지...일본 장인정신의 민낯은 '속임'이었나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2 11:38

수정 2024.09.12 11:38

JR화물, 최소 10년 열차 작업 데이터 조작
전 JR화물 열차 운행 일시 취소 및 점검, 물류 차질
도요타, 파나소닉, 미쓰비시 등 日제조업체 수십년 부정 드러나
일본 JR 야마노테선. fn화상
일본 JR 야마노테선. fn화상

【도쿄=김경민 특파원】 자타공인 품질은 최고라고 평가받던 일본의 장인정신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 제조업체 다수에서 수십년간 부정을 저질러 온 행위가 적발된 데 이어 철도 업계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드러났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믿고 쓴 일본산, 조작이었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국의 화물열차 운행을 맡은 일본화물철도(JR화물)가 열차 정비과정 중 작업 데이터를 조작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JR화물은 전 화물열차의 운행을 일시 취소하고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JR화물은 점검을 마친 차량부터 운행을 재개할 방침이다.

JR화물은 차량 정비 시 차축과 바퀴를 부착하면서 10년 전부터 작업 데이터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하고 564량의 의심 차량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으나 추가로 300량의 의심 사례가 발견되자 전 차량을 확인했다. 국토교통성도 현장 입회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열차를 장거리 운송수단으로 이용하는 택배업체 등 물류 기업에도 일부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만 일본은 화물 운송의 대부분을 트럭이 차지해 이번 사태로 인한 물류 차질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NX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열차의 분담률(1t의 화물을 1㎞ 싣는 수송량)은 2021년 기준 약 5% 수준이다.

車·소재·전기·장비 등 한두곳이 아니다

일본 제조업계에선 지난해부터 품질인증이나 성능을 둘러싼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행위들이 단발성이 아니라 수십년 간 지속돼 왔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주의나 실수라기보다 조직적인 은폐와 관행적인 속임수의 결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제조업계는 꾸준히 품질과 신뢰를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해왔지만 실제로는 그 신뢰의 토대가 허위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 대표 제조업체 도요타자동차 그룹은 도요타자동차와 함께 도요타자동직기, 다이하쓰, 히노자동차 등 그룹사가 품질인증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올해 두차례나 직접 사과했다.

파나소닉 홀딩스 자회사인 파나소닉 인더스트리는 가전제품과 반도체에 사용되는 화학 재료 52종의 인증을 취득하면서 데이터를 임의로 변경하고 재료 배합 변경 시에 필요한 인증 등록을 소홀히 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는 미쓰비시전기가 원전이나 철도회사 등에서 사용되는 자사 변압기에 40년간 부정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일본제강도 발전소 터빈과 발전기의 축으로 사용되는 로터 샤프트 등 두 가지 제품에서 부정이 행해진 사실이 발각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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