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
주총 3월 집중 해결해야..의결권 행사 저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지배구조 개선 기초
주총 3월 집중 해결해야..의결권 행사 저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지배구조 개선 기초
■“일부러 이러나 싶을 정도”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 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배당, 이사 선임, 합병·분할 등 안건에 의결권 행사를 할 때 기업 의견을 듣곤 있지만 이 자체가 안타깝다”며 “(수탁자가) 묻지 않더라도 기업이 미리 공시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 등을 마련해두고 있으나, 여전히 오기재·축약기재 등은 빈번한 실정이다. 보다 정리되고 구체적인 정보가 선제적으로 공개돼야 의결권 행사도 적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이 실장 판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선 모두발언에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기업의 끊임없는 혁신을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펀드의 독립적 의결권 행사가 저해 받지 않도록 지원하고 연기금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적정성,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 여부 등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왕겸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은 필요하지만 자칫 찬반이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시장에서 해당 정보를 검토할 수 있도록 공시를 강화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실장은 매년 3월 몰리는 상장사 주주총회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실장은 “국민연금의 경우 한달 남짓한 기간에 600여개 기업 주총에 참여하는 탓에 의견을 정취하거나 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된다”며 “여러 차례 분산해서 개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반응이 없거나 외면하는데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무 컨두잇(소액주주 플랫폼) 대표도 주총 일자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하면서 방식 자체가 후진적이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바로 서려면 공정한 주총이 필요하다”며 “의장이 주총을 파행시키고 주주명부도 하루 전에 주는 일이 허다하며 표결 결과도 공개 안 하는 게 실제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주주 충실의무, 당연한 것”
이 원장이 줄곧 주장했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외국계와 학계 지지가 있었다. 현행 상법은 ‘회사’만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주주가 일반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되레 위배되는 결정을 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어왔다.
박유경 APG(네덜란드 연기금) 전무는 “1993년부터 2023년까지 30년 동안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4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0배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전자가 7배 커질 때 코스피지수는 3배 상승에 그쳤다”며 “주가지수가 GDP 속도만 따라갔어도 현재 6000이 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무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이머징) 지수 기준 지난 2004년만 해도 한국 비중은 17%로 가장 높았으나 현재는 그 수치가 13%까지 내려간 상태다. 반대로 대만은 12%에서 19%로 올랐다. 인도 역시 5%에서 19%가 됐다. 한국이 현재 4위인데, 물론 격차가 나긴 하지만 5위가 브라질이다.
박 전무는 이어 “외국인투자자들이 긴 호흡으로 국내 시장에 투자하지 못 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기본 보호는 없지만 투자 하려면 해라’라는 신호를 지속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사회는 모든 주주를 위하지 않고 사실상 지배주주 영향 아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에 “기본적으로 상법에서라도 이사의 주주를 위한 책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주주권만 있을 뿐이지, 경영권이라는 말은 없다”고 말을 끝맺었다. 실제 경영권은 재산권에 기초해 사용자에게 귀속되는 권리일 뿐 법상 규정되는 개념은 아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가치가 할인되고 일반주주가 푸대접 받는 구조를 바로잡는 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며 “(특정 사안에 있어) 이해상충이 발생했을 때 (주주 이익도 고려하라는) 선언조차 안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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