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토스카' 앙코르 논란으로 시끌시끌
게오르기우 '무대 항의' 비매너 논란됐지만
공연흐름 끊는 '앙코르'도 비난댓글 쏟아져
게오르기우 '무대 항의' 비매너 논란됐지만
공연흐름 끊는 '앙코르'도 비난댓글 쏟아져
[파이낸셜뉴스]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 앙코르를 둘러싼 논란이 진실 게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최근 내한 공연을 진행한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59)는 공연 중 '무대난입' 등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사전 협의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반면 이번 공연을 주최한 세종문화회관 측은 계약 조건에 앙코르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관객과 네티즌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한국 관객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저런 태도를 보이느냐'는 의견이 대세인 가운데 게오르기우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네티즌들의 댓글도 쏟아졌다. "오페라 공연 중에 앙코르를 부르게 한 건 지휘자의 잘못이다"라는 지적이다.
세계적 소프라노의 비매너, 야유 쏟아진 무대
게오르기우는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스카’ 공연 당시 테너의 3막 앙코르에 무대에 들어와 소리치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그는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별은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두 번 부르자 무대 한쪽에서 손을 휘저으며 등장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Excuse me"(잠시만)를 반복하다 "It's not a recital. Respect me"(이건 독창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라고 외친 뒤 사라졌다. 이 같은 돌발 상황에 공연의 흐름이 잠시 끊어지기도 했으며 화난 표정과 목소리가 객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의 행동 때문에 공연 감상을 방해 받았다고 느낀 관객들은 커튼콜 때 뒤늦게 나오던 게오르기우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이에 게오르기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휙 돌아서 무대 뒤로 모습을 감췄다.
게오르기우의 돌발 행동에 대부분 관객이 ‘어이 없다,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비판 목소리를 냈고, 일부는 세종문화회관 측에 환불까지 요구했다. 이에 주최 측인 세종문화회관이 게오르기우 측에 '공연 파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으나, 게오르기우는 사전 협의를 언급하며 반박했다.
게오르기우 소속사 "앙코르 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그의 소속사 인터뮤지카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페라 공연 도중 어떤 연주자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협의했다"라며 "게오르기우는 극에서 벗어난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협의에도 2막 공연 당시 지휘자는 게오르기우에게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Vissi D'arte Vissi D'amore) 앙코르를 제안했고, 게오르기우는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3막 테너의 아리아에서는 이런 결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이 문제에 대해 굳은 신념을 지니고 있는 게오르기우는 개인적 모욕(personal affront)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중 무대에 난입한 게오르기우의 태도는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에서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한 극단장은 "설령 게오르기우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무대가 끝나고 잘잘못을 따졌어야 했다"라며 "공연 중 무대에 난입해 동료 가수의 노래와 관객의 감상을 방해해선 안 됐다"고 지적했다.
세종문화회관 측 "앙코르 거부는 게오르기우의 희망사항 일 뿐 합의한 바 없다"
세종문화회관은 12일 게오르기우 측의 주장에 대해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게오르기우가 개인 매니저를 통해 본인을 비롯한 모든 출연자의 앙코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통역에게 문자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를 합의라고 주장할 수 없다"라며 "앙코르는 사전 계획이 아니라 라이브 공연 중 관객, 성악가, 지휘자 간 ‘교감’이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이는 지휘자에게 속한 권한이다. 소프라노 1인의 희망에 따라 결정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사안의 본질은 게오르규기우가 오페라 3막에서 공연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관객의 공연 관람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사실”이라며 "소프라노의 앙코르에 대한 철학과 의견이 수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가 필요했다면 공연 방해가 아닌 다른 방법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오페라에서는 성악가가 작품의 대표 아리아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열창한 뒤, 관객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낼 경우 알코르를 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로 처음 한국 무대에 섰던 세계적인 테너 이용훈 역시 관객들의 남다른 호응에 작품의 대표 아리아인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두 번 부른 적이 있다.
그러나 게오르기우는 이를 수긍하지 못했다. 그는 2016년 4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빈 슈타츠오퍼)에서의 '토스카' 공연 당시에도 세계적인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이 빛나건만'을 앙코르까지 부르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당황한 카우프만은 푸치니의 선율에 목소리를 얹어 "우리에겐 소프라노가 없다"고 노래하며 관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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