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로마자 표기인 'MAYAG'이 마약 수사의 한 획을 긋고 있다. 'MAYAG'은 지난해부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주요국 경찰이 함께 실시 중인 국제 마약단속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명에서 볼 수 있듯 오는 2026년까지 이어지는 국제사회 공조수사에 한국 경찰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1년 만에 놀랄 만한 성과를 거뒀다. 경찰청은 7월 22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중심으로 인터폴과 공조작전을 실시해 29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하고 1조4000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압수했다. 압수한 마약류 중 상당수는 케타민(전신마취제의 일종)으로, 이번 작전을 통해 압수한 케타민만 1.5t에 달한다.
국내 성과도 있었다. 태국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공급하던 주요 피의자를 검거했다. 또 16㎏ 분량의 필로폰을 상업용 음식으로 위장해 밀수한 사건 등에 대해 공조수사를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는 국내 유통 마약류 상당수가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온 것에 착안한 한국 경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적발 중량 기준으로 올 상반기 동남아시아 국가발 마약류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결국 마약의 '원류'를 단속한다는 점에서 한국 경찰의 개가를 올리는 업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에도 정부가 지난해 선언한 '마약과의 전쟁' 종식은 어려워 보인다. 수사당국에서 마약사범을 검거해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마약사범 603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621명(43.5%)이 벌금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마약 매매·유통범이 아닌 단순 투약범에 대해선 초범인 경우 법원이 집행유예 선고 등으로 선처하는 경향이 있다. 마약 투약에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경각심이 생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마약 수사에 나서고 있는 한 경찰관서 관계자는 "마약사범을 대거 잡아들이고 나중에 선고 결과를 보고받으면 집행유예 등 납득이 안 가는 판결이 나오곤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사법당국은 지난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를 열고 마약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높였다. 수사당국은 마약의 원천을 대거 잡아들이고 있다. 이제 사법당국은 솜방망이 처벌 오명을 벗겨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마약과의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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