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회 프라임타임 에미상(Primetime Emmy Awards, 이하 에미상)은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현지 시각 15일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피콕 극장에서 열렸다. 미국 방송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최고 권위의 시상식 에미상은 주요 배우 및 연출진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과 기술진과 스태프에게 상을 주는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Primetime Creative Arts Emmy Awards)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을 보통 '에미상'이라 부른다.
이날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부문은 HBO 오리지널 '동조자'(The Sympathizer)로 TV 미니시리즈·TV 영화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수상 여부였다. 자유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베트남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 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고군분투를 다룬 '동조자'는 한국의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 연출에 참여한 작품이었기 때문. 극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하원의원, 교육자, 영화감독 등 1인 4역을 연기했다.
그러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남주조연상 수상에 실패했다. 해당 부문은 '파고'의 러몬 모리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라몬 모리스는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해 준 신과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라며 "함께 후보에 오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와 가족들 모두 사랑한다, 내 번호를 갖고 있는 분이 있다면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라몬 모리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그레타 지한 리)는 애플 TV+ 오리지널 '더 모닝 쇼'(The Morning Show)로 TV 드라마 시리즈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크라운'(The Crown)에서 다이애나 역을 연기한 엘리자베스 데비키가 상을 받으면서 수상에 실패했다. 그레타 리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배우다.
한국계 북한 전문가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이 제작에 참여한 탈북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도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부문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이번 에미상의 주인공은 디즈니+ '쇼군'(Shōgun)이었다. '쇼군'은 TV 드라마 시리즈의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18개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는 에미상 단일 작품 최대 수상이다. 특히 '쇼군'의 사나다 히로유키가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트로피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사나다 히로유키는 "많은 후보자와 함께해 영광"이라며 "'쇼군'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 서로를 존중하며 만드는 드림 프로젝트였다, 서로 협력하면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라고 했다.
'더 베어'는 TV 코미디 시리즈의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감독상을 비롯해 11관왕에 올랐다. 또한 '베이비 레인디어'는 TV 미니시리즈·TV 영화의 작품상,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7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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