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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바이오 타깃' 美생물보안법안 급물살…우리에겐 기회일까

뉴스1

입력 2024.09.18 07:31

수정 2024.09.18 07:31

미국 하원이 안보를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안'을 통과시켰다./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미국 하원이 안보를 위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는 '생물보안법안'을 통과시켰다./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의약품(DP) 생산공정에서 유리병(바이알)이 세척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뉴스1 ⓒ News1
삼성바이오로직스 완제의약품(DP) 생산공정에서 유리병(바이알)이 세척되고 있다.(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미국 안보에 우려가 되는 중국 바이오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생물보안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법안 통과에 따라 반사이익 등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일각에서는 아직 상원 통과가 남았고 국내 기업의 이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나오기도 한다.

◇美생물보안법 하원 통과…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 수혜 기대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생물보안법안을 찬성 306, 반대 81로 통과시켰다. 최종 입법을 위해서는 상원 본회의 결의와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놓고 있다.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시 양원 본회의에서 투표를 해야한다. 양원 본회의 통과 시 대통령 서명을 받는다. 법안 유예 기간은 오는 2032년 1월까지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정부가 안보와 관련해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하거나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중국 임상시험위탁기관(CRO),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유전체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CDMO 기업인 우시 앱텍, 우시 바이오로직스, 유전체 기업인 BGI 지노믹스, BGI에서 분사한 MGI 테크 등이 해당된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스티팜 등 CDMO 기업이 생물보안법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위탁개발(CDO)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하고 있어 생물보안법안 관련 영향이 점진적으로 체감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생물보안법안이 연내 입법된다고 하더라도 2032년까지 유예기간이 있으므로 단기적인 관점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시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미국 생물보안법을 선제적으로 반영한다면 주요 기업인 론자·후지필름 등과의 밸류에이션 갭은 더 가파르게 좁혀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에스티팜은 지난달 연간 수조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블록버스터 신약의 저분자화학합성의약품(small molecule) 공급사로 선정됐다. 계약 상대방은 비공개이나 글로벌 톱 10안에 드는 제약사에 해당한다.

이번 원료공급사 선정은 기존 중국 기업에서 에스티팜으로 변경된 건이다. 그동안 중국이 공급하던 원료를 이번에 에스티팜이 가져왔다.

이강복 한국아이큐비아 마케팅&영업 담당 상무는 "단기적으로는 중국발 수요 이전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 확보와 신시장 개척이 주요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선 중국 기업 배제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DMO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어,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차바이오텍, SK팜테코, 에스티팜 등 국내 CDMO 기업들의 약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법안 통과 시 유예기간 7년 남아…"글로벌 경쟁력·전방위 전략 필요"

업계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법안 유예 기간이 2032년 1월까지 길고, 법안과 관련한 중국 기업들의 품질 경쟁력이 높은 만큼 이를 우리나라 기업이 대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생물보안법 적용 대상인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과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파이프라인 중 영향이 있는 품목은 12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2032년까지 약 7년 동안 유예기간이 있지만 임상 2상 이상 단계를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공정개발 등 CMC가 일부분 확립된 상황으로 CDMO를 교체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경 연구원은 "CDMO 교체는 쉬운 일이 아니며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다만 초기 개발단계 기업 중심으로 생물보안법 통과를 관망하지 않고 경험이 많고 중국 기업이 아닌 CDMO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선진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cGMP) 인증 설비를 갖춘 국내 글로벌 중소형 CDMO 기업도 4곳에 불과한 점도 불리한 상황이다. 정 연구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의 의약품제조품질(CMC) 기준을 실질적으로 맞출 수 있는 CDMO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우시 바이오로직스 고객의 이전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이 담당하고 있는 시장을 노리는 기업은 우리나라 주요 CDMO 뿐만 아니라 글로벌 CDMO인 스위스 론자, 미국 카탈런트, 일본 후지필름 등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만 법안 통과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낙관하는 것보다 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원료의약품(API) 위탁생산(CMO) 등은 우리나라 기업과 인도 기업이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국에 공장이 있는 기업에게 이번 법안이 유리할 것"이라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전방위적인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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