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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지분 전쟁' 불붙었다… 시중물량 22% 누구 손에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18 18:13

수정 2024.09.18 18:13

최씨-장씨 모두 우호지분 33%대
영풍·MBK 2조 공개매수 밝혀
최 회장측도 추가 확보 나설 듯
소액주주·울산시 등도 힘 실어줘
고려아연 '지분 전쟁' 불붙었다… 시중물량 22% 누구 손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쩐의 전쟁'으로 격화되고 있다. 영풍 측 장씨 일가가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서 최씨 일가의 반격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장씨 일가의 영풍 측이 투입하는 실탄은 최대 2조원을 넘는다. 최씨 일가 측은 현대차, 한화, LG 등 우호지분 확대를 위한 다양한 카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소액주주 모임과 고려아연 소재지인 울산시 등이 최씨 일가 측에 대한 백기사 등판을 예고하면서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다만, 각각 구체적인 보유지분과 매입계획을 밝히지 않아 파급력은 미지수다.

■최씨 일가, 우호지분 확대 나서

18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현대차, 한화, LG 등 우호 관계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호지분 확대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 LG화학 등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우군의 지분율은 17.3% 수준이다.
현대차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확보한 바 있다. 주당 50만4333원으로 투자규모는 약 5272억원이다. 최씨 일가 측이 허를 찔린 만큼 기존 대기업 우호세력의 지분을 늘리는 등 맞대응에 나서야 뒤집기가 가능한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해당 대기업 대상으로 물밑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의 지분이 우호지분을 합쳐 각각 33%대로 비등하고 유동물량은 22%에 불과해 어느 쪽이 시중에 거래되는 물량을 선점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최씨 일가 측의 우호세력이 경영권 분쟁 2라운드에 뛰어든다면 '쩐의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뛰어넘을 수 있어서다. 추석 연휴에는 소액주주 모임 액트와 울산시 등이 전면에 나서 최씨 일가에 힘을 보탰다.

법적 대응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측은 연휴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풍을 상대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장씨 일가 측, 공개매수 역대 최대

앞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유동물량 중 7~14.6%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MBK파트너스는 NH투자증권에서 1조5000억원을 단기 차입하는 등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최대 14.6%를 확보할 경우 장씨 측 지분(33.2%)은 48%에 육박하게 된다.

다만, 전체 지분의 과반이 되기 위해선 양측 모두 16%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국민연금, 자사주(2.4%) 등 기관 지분을 제외하면 실제 유통물량은 22.9%에 불과하다. 16% 이상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유동물량이 말라가면서 주가도 뛰어오를 것으로 보여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당장은 22.9% 중 절반이 넘는 12%가량을 확보하는 쪽이 경영권 굳히기를 할 수 있다. 나머지 10%가량을 확보해도 지분율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MBK 측이 최대 14%대로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최씨 일가는 우호지분을 포함해 33.2%를 확보,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해왔다.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최씨 오너가 15.9%는 물론 LG화학, 현대차 등 17.3% 규모의 우호지분을 통해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1.82%에 불과해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많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오너가는 우호지분 33.1%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지분율은 25.4%다.
통상 국민연금(고려아연 지분율 7.8%)이 경영권 분쟁에는 거리를 두는 것을 감안하면 영풍의 장씨 일가로서는 자금력이 풍부한 MBK파트너스와 손잡는 게 신의 한 수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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