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산에 빠져 특수산악구조대 시험, 사비 털어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까지 따내
‘피지컬100’ 출연한 것도 오직 산만 바라봤기에 가능했던 것
[파이낸셜뉴스] “안녕하세요. 북한산에서 강남까지 먼 길 오셨네요.” 북한산에서 국립공원공단 특수산악구조대로 일하는 김민철 씨.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수줍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빈틈없는 이력과 달리 순하고 앳된 인상이다. 그는 특수산악구조대뿐만 아니라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고,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에 출연해 100명의 출연자와 신체적 기량을 겨루어 최종 순위 5위에 올랐다. 무척이나 치열해보이는 여정이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한다. “산에 미쳐가지고…허허허.”. 산을 타다보니 산에 머무르고 싶었고, 그래서 특수산악구조대가 되었으며 직업적 능력을 기르다 보니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도 넷플릭스 출연도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취득한 자격증도 모두 산에서 쓸 수 있는 것으로, 쉬는 날 취미도 산에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가꿔왔다. 그는 언제나, 지금처럼 산에 있겠다고 말한다. 산악구조대로, 또 아이스클라이밍 선수로 꾸준히 정진하면서 말이다.
<편집자 주> 파이낸셜뉴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영상 시리즈 [루틴]은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N년차 신입 사원&경력 사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직 종사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모먼트는 물론이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열정으로 만들어 온 스펙과 사소한 팁까지 가감 없이 담았습니다.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루틴]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하 인터뷰어는 ‘김’ 인터뷰이는 ‘철’으로 표시합니다.
[Interview Chapter 1: 국립공원공단 특수산악구조대 김민철]
김: 안녕하세요. 북한산에서 강남까지 먼 길 오셨네요. 북한산에서 특수산악구조대로 활동하고 계신다고요. 특수산악구조대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철: 특수산악구조대는 북한산 암릉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를 처리합니다. 탐방객이 위험에 처했을 때 구조하고, 탐방로 시설 점검도 하고요. 불법행위도 단속합니다. 비법정 탐방로로 산행하거나 산에서 음주나 취사하는 것도 불법입니다. 정상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것도 불법이고요.
김: 그렇군요. 산악구조대로 일하다 보면 긴박한 순간도 있겠지만 아름다운 풍광도 많이 볼 것 같아요. 어떤가요?
철: 맞아요. 북한산은 야간에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산이죠. 순찰하며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 정말 예쁘거든요. 저희만 볼 수 있는 풍경이고, 또 누릴 수 있는 혜택이죠. 계절의 변화도 잘 느낄 수 있어요.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지다 가을이 되면 잎이 점점 노랗게 물드는 게 보여요. 아마 저희가 서울에서는 눈도 제일 빨리 보지 않을까 해요.
김: 출퇴근은 매일 산으로 하시나요?
철: 네. 사무실이 북한산국립공원 중턱에 있습니다. 매일 등산하는 거죠. 등산 거리는 1km 남짓인데 고도가 높은 편이라 30분 정도 걸립니다. 출근 후에는 배낭에 구조 장비를 챙겨서 각 거점 초소로 흩어져 대기합니다. 거점 초소는 총 4곳이고요.
김: 환자들을 구조한 후에는 119에 연계하나요?
철: 탈진 환자는 식염 포도당을 제공하고 그늘에서 쉬게 한 후 경과를 지켜봅니다. 그럼에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헬기로 구조해요. 저체온증 환자는 배낭에 있는 예비 옷으로 갈아입히고 거점 초소로 옮긴 후 히터를 틀어 몸을 따듯하게 하죠.
김: 북한산에서 자주 일어나는 사고도 있을까요?
철: 북한산은 시작부터 끝까지 바위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바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다치는 낙상 사고가 자주 일어나요. 미끄러지면서 난간을 잡으면 어깨가 탈골되기도 하고요. 북한산에 오실 예정이라면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와 같이 등산 장비를 잘 챙기시고, 경사를 주의하며 등산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 좋은 팁이네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직업으로 보이는데요. 산악구조대로서 지키고자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철: 언제든 구조를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 평소 배낭에 암벽 등반 장비나 환자들을 덮어줄 수 있는 옷, 응급처치에 필요한 물품들까지 가리지 않고 전부 넣고 다녀요. 그건 제가 꼭 지키고자 하는, 저만의 신념이에요.
[Interview Chapter 2: 진심이 가진 힘]
김: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계시죠. 원래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꿈이었나요?
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운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 직업에 필요한 기량도 키울 겸 집 근처 암장을 등록했는데 대회가 있다고 해서 나가게 되었어요. 첫 대회에서는 40여명 중에 30등 정도 했을 거예요. 거의 꼴찌였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곳에 오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계속 대회를 나가다 보니 성적도 계속 올랐습니다. 결국 국가대표까지 하게 됐고요.
김: 아이스클라이밍은 기록 경쟁인가요?
철: 두 가지 종목이 있습니다. 스피드(Speed), 리드(Lead) 인데요. 스피드는 15m 높이의 정상에 도달하는 기록을 겨룹니다. 길어도 10초 안에 끝나요. 리드는 결승점까지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제시해 누가 많이 올라가느냐를 겨룹니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제일 큰 대회고,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다루진 않아요.
김: 아이스클라이밍이 구조대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철: 맞습니다. 특수산악구조대는 기본적으로 암벽을 타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암벽에 매달린 환자를 구조할 때 쉬운 루트로 빠르게 접근해야 하죠. 노하우와 근력이 있으니 아무래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김: 그렇다면 특수산악구조대가 된 과정은요?
철: 대학 시절 산악부 활동을 하면서 산과 관련한 직업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채용 일정을 검토하고, 서류와 시험 등을 준비했어요. 처음으로 지원했을 때는 서류에서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무기계약직부터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국립공원공단 산악안전교육원에서 산악구조 강사로 일했습니다. 이후 특수산악구조대를 채용에 지원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고요.
김: 그 과정에서 아이스클라이밍 국가대표도 하신 거고요? 끊임없이 연마하셨네요. 자격증도 많이 취득하셨다고요.
철: 산업 현장에서 로프 구조할 때 쓰이는 ‘로프액세스(Rope access)’ 자격증을 Level 1부터 3까지 취득했습니다. 장비를 검사하고 이상을 판단하는 ‘PPE검사관’도 준비했고요. 응급처치법강사, 생활스포츠지도사 1급도 땄고….
김: 소방학과 졸업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당시 취득한 자격증도 있나요?
철: 그때는 안 땄습니다. 제가 산에 미쳐있었어요. 하하하. 무튼 팁을 드리자면 로프액세스는 ‘로프액세스코리아(Rope Access Korea)’에서 레벨 1과 2를, ‘페츨트레이닝센터(Annapurna Petzl Training Center)’에서 레벨3을 취득했습니다. PPE 검사관도 같은 기관에서 땄고요. 생활스포츠지도사는 국가자격증이고 응급처지법강사는 매년 대한적십자사에서 시험을 개최합니다.
김: 특수산악구조대는 채용 절차도 특별할 것 같아요.
철: 1차 서류, 2차 NCS(직업기초능력)를 통과하고 암벽 등반 시험과 면접을 봤습니다. 특수산악구조대라고해서 다 암벽 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고요. 첫해에는 구조 시스템 평가와 체력 평가를 치렀다고하니 매년 달라지는 것도 같네요.
김: 면접은 어려웠나요?
철: 저는 아무래도 몸으로 하는 일을 잘하다 보니 면접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시간별로 사고 상황을 주고 처리하는 과정을 풀이하는 문제였어요. 다행히 잘해서 합격했습니다.
김: 꿈꾸던 특수산악구조대가 되셨네요. 특수산악구조대가 되신 이후에도 코오롱스포츠 앰버서더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에 출연하시는 것과 같이 대외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계신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철: 특수산악구조대와 아이스클라이밍은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으니까요. 예전에 특수산악구조대 구조 사진을 SNS서 보았는데 ‘소방대원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쓰여있었어요. 허탈하다고나 할까요. 아이스클라이밍 역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1위를 할 정도로 굉장히 잘하는데 인지도가 없고 지원이 부족해 모두 선수들이 사비로 훈련을 하고 대회를 출전해요.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어요. 특수산악구조대도, 아이스클라이밍도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Interview Chapter 3: What’s Your Routine?]
김: 마지막 질문입니다. 면접 성공을 기원하는, 민철 님 만의 면접 루틴이 있을까요?
철: 국립공원공단에서 면접을 볼 때 두 번 모두 면접 당일 아침에 조깅을 했습니다.
김: 산악구조강사와 특수산악구조대 면접 말씀하시는 거죠?
철: 네 맞아요. 제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 루틴이죠. 긴장도 풀 수 있고요.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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