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 점유율 한자리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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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자업계의 대표적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확장현실(XR) 시장이 콘텐츠 부족과 비싼 기기 가격 등 한계에 부딪치며 대중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애플이 연초 출시한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마저 판매량 저조로 점유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면서 XR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XR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려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업화 속도조절에 나서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20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글로벌 XR 시장에서 메타(구 페이스북)는 74%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피코(8%), 애플(3%), 소니(3%) 등이 2~4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XR 기기를 내놓지 않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점유율 상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한 가상현실(VR) 기기 신제품 '퀘스트3' 등 XR 시장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메타가 현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을 통칭하는 XR은 전자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혀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XR 시장 성장세는 기대에 못 미치고 정체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2·4분기 글로벌 VR 헤드셋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28%나 감소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VR2' 출하량이 대폭 감소한 영향이 컸다. AR 글래스 출하량도 같은 기간 23% 줄었다. 지난 2023년 3·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역성장을 나타냈다.
애플이 올 초 선보인 비전프로 출시 효과도 사라졌다. 지난 1·4분기 16%를 찍었던 애플의 XR 시장 점유율은 2·4분기 3%까지 급감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미국 내 비전프로 판매량이 올 상반기 17만대에 그쳐 30만~40만대 판매량을 기대한 당초 전망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 3·4분기에는 2만~3만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정보기술(IT) 시장 영향력이 막대한 애플이지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XR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XR 시장의 대중화가 더뎌지면서 삼성전자·LG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중장기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려던 사업이지만, 콘텐츠 확보 등 XR 생태계 조성이 동반되지 않은 초기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했다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XR 시장을 관망하는 가운데, 사업화 속도에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협력해 연내 새로운 XR 플랫폼 공개를 예고하는 등 시장 생태계 조성에 적극 뛰어들었다. XR 기기는 내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전자는 XR 사업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올해 초 메타와 전략적 협업을 맺은 이후 시장 성장 속도가 확연히 지체되자 전담 사업팀을 재배치하는 등 사업화를 무기한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요가 저조하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다가 경쟁사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생태계 개발에 뛰어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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