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주택연금 해지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간 받은 연금을 토해내더라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택연금은 가입 당시 시점 가격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집값이 하락해도 연금 지급액이 줄어들지 않지만 반대로 집값이 올라도 그대로다.
월 평균 325건 해지...집값 상승 베팅?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7월 주택연금 해지건수는 2272건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월 평균 325건 가량 해지된 셈이다. 특히 7월에는 376건의 해지건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규모다.
주택연금 해지는 집값이 폭등했던 지난 2021년에는 5135건으로 5000건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후 집값이 하락한 2022년과 2023년에는 3430건·3420건 등을 기록했다.
월 평균치를 보면 2021년 428건에서 2022년과 2023년에는 286건·285건 등이다. 월 평균 수치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 해지 건수가 4000여건에 육박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신규 가입도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606건에서 7월에는 1066건으로 하락했다. 신규 가입도 집값 전망과 비례한다.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2022년의 경우 1만4580건으로 늘었다. 시장침체가 지속된 지난 2023년에는 주택연금 가입 건수가 1만488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집값이 올랐던 2020~2021년의 주택연금 가입건수는 각각 1만172건, 1만805건을 기록했다.
연금가입자 누적 13만명...해지 '더더욱 신중해야'
올 7월 기준 누적 주택연금 가입자는 13만명 가량이다. 70세 고령자가 현재 시세가 12억원인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엔 매달 지급받는 주택연금이 327만8000원에 달한다.
세부 지역별 통계는 없지만 강남 3구 등 고가주택과 고소득자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입률이 저조하다. 연금 가입 대상 주택이 공시가격 12억원(시세 17억원) 이하인 데다 강남 불패 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강남 3구의 경우 대상 주택도 많지 않지만 주택연금 가입 보다 나중에 파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을 해지하면 그간 받은 연금은 물론 이자와 보증료 등을 반환해야 한다. 또 한번 해지하면 3년간 재가입할 수 없다.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해지가 늘어나는 것은 결국 향후 집값 상승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연금 해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주택연금이 신청할 때 가격으로 유지되다 보니 가격 상승기에는 해지 유혹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마저 기정사실화 되면서 해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연금 가입도 여러 조건을 살펴 결정해야 하지만 해지는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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