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1920년대 대공황과 비슷한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20일(현지시간)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출신인 라가르드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 일정으로 시작한 IMF 연차총회 연설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는 세계 경제가 ‘경제적 국수주의,’ 세계 교역 붕괴 등 1920년대 대공황을 야기한 것과 비견할 만한 압력으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우리는 1920년대 이후 최악의 팬데믹을 겪었고, 1940년대 이후 유럽에서 최악의 갈등을 겪고 있으며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에너지 쇼크를 경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의 발언은 1918년 발발한 스페인 독감, 1939년 시작한 2차 세계대전, 1970년대 오일쇼크를 각각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공급망 차질과 겹치면서 세계 경제 활동을 항구적으로 변화시켜왔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는 1920년대와 2020년대라는 ‘두 20년대’는 여러모로 닮을 꼴이라면서 두 20년대는 ‘세계 교역 통합 후퇴’와 기술 발전이라는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유연한 통화정책을 통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낙관했다.
라가르드는 1920년대에는 금본위제를 고집하면서 통화정책이 주요 경제국들을 디플레이션(물가하락)과 은행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우리는 우리 선조들에 비해 이런 구조적인 변화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지금 중앙은행들의 물가안정 수단들은 “효과적인 것으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신속하게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상생활 복귀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빚은 인플레이션이 각 중앙은행의 대응으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10월 10.6%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난달 3년 만에 가장 낮은 2.2%까지 하락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중앙은행 통화정책에 ‘극도의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라가르드는 아직은 안도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 후퇴 가능성, 부분적인 글로벌 공급망 분화, 구글 같은 빅테크들의 시장 영향력, 급속한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등이 모두 중앙은행들의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는 통화정책 담당자들에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면서 “이런 불확실성을 더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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