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부담 큰 사건과 검찰 내부 갈등 돌파구로 성과 가시적인 '기업 수사' 나설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심우정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경제범죄 수사 강화를 내세운 가운데, 법무부가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에 기업 수사 경험자를 배치했다. 법조계에서는 전 총장 시절 정치 관련 수사에 무게를 실어 왔던 검찰이 기업 수사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 총장은 지난 19일 취임식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 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며 "검찰의 집중 수사 역량은 시장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경제범죄에 투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적 부담이 높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홍까지 불거지자, 신임 총장이 검찰의 새로운 돌파구로 기업 수사를 꼽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다 전임 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보고 갈등'이 있었던 만큼, 성과를 확연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업 수사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속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정치적인 사건을 두고 검찰 내홍이 벌어진 상황에서 신임 총장이 정치 관련 수사를 강하게 이어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기업 수사를 통해 검찰 수사의 성과를 보여주려는 모습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취임날 이뤄진 검찰 고위급 인사에서도 기업 수사를 본격화하겠다는 심 총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법무부는 전국 특별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낸 구승모(사법연수원 31기) 법무부 법무심의관을 임명했다. 구 부장은 지난 2019년 8월부터 2020년 1월까지 6개월간 공정거래조사부장을 지내면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기소했다.
따라서 향후 검찰의 방향은 이미 수사 중인 사건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고 추가적인 사건을 발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대기업 사건은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한 삼표산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삼표산업은 기업총수 2세가 최대 주주로 있는 에스피네이처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공정거래조사부 인원을 더 늘리고 반부패수사부를 기업 수사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기업 수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22년 3월 서울중앙지검은 기업 수사를 강화한다는 기조로 공정거래조사부에 12명의 검사를 배치한 바 있다. 이 밖에도 다른 지청에 있는 검사를 파견하는 등 비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올해 9월 9일 기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치된 검사 수는 부장검사를 제외하고 총 8명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공정거래조사부 등에 검사 수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기존 사건들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고 추가적인 사건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며 "총장의 기조에 따라 반부패수사부가 적극적으로 기업 수사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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