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대표, 지구당 부활 합의에도
국회에선 지구당 논의 지지부진
대선 위한 당내 우군 확보로 풀이
원외 찬성에도 원내 반발하고 있어 설득 과정 필요
국회에선 지구당 논의 지지부진
대선 위한 당내 우군 확보로 풀이
원외 찬성에도 원내 반발하고 있어 설득 과정 필요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달 초 대표회담에서 정치개혁 차원에서 20년전 폐지됐던 지구당 부활에 의기투합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유력한 잠룡그룹에 속한 두 대표가 지구당 부활을 통해 전당대회 투표권과 지역 정치권의 영향력을 가진 원외위원장들을 토대로 세 규합을 위한 시도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법 개정 사안으로 원내 협조가 필수적인 데다 상당수 현역 의원들이 지구당 부활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어 최종 법안 처리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당내 입지 강화 겨냥하나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발의한 지구당 관련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10여개 법안이 계류중이다. 게다가 양당 대표가 이달 1일 만나 정치개혁의 한 축으로 지구당 부활에 합의했지만, 이렇다 할 후속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선 두 사람이 양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만큼 지구당 부활을 고리로 세(勢) 확산을 겨냥해 원외당협위원장을 끌어안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각 당의 대선 후보는 전대를 통해 권리 당원 등의 투표로 선출된다. 이러다보니 실제 지구당이 부활될 경우 지역구를 책임지는 지구당위원장들이 자체 당원 등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과거 20년전 차떼기 사건으로 지구당이 폐지됐을 당시 바로 이러한 지역 정치권에 대한 막강한 권한 등으로 인해 부정·부패가 심각했으며 특히 '검은 돈'의 유입창구로 악용되곤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한 대표의 경우, 원외 당 대표로서 한계를 보완하고, 지구당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함으로써 2026년 6·3 지방선거와 2027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당내 지지세를 확보하려는 행보로 본다. 이 대표도 사법리스크의 약점을 극복하는 한편 이미 친명계로 장악한 당내 입지에 더해 원외까지 장악력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절대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여야 모두 원외인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사무실을 두지 못하는 등 불합리한 측면이 많았다"며 "당협을 아예 없애버리거나 필요성을 느낀다면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원외 지역위원장도 "우려하는 바가 많은 것은 알겠지만 20년전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며 "회계, 현직 국회의원 겸직 금지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면 좋을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속한 지구당 부활을 촉구했다.
■입법 필요한데...원내선 "반대"
다만 원내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년 전 지구당이 폐지했던 이유가 분명했던 만큼, 지구당 부활은 오히려 정치개혁을 거스르는 발상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지구당 부활)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정쟁 현수막이 많아지고 비방이 심해지는 등 정치에 대한 비판이 더 많아질 것이다. 만약 비리 사건이 하나라도 발생하면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 소속 수도권 중진 의원도 "지구당이 왜 폐지됐는지를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구당이 부활하면 지역 사회의 이해충돌 문제, 무분별한 후원금 모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역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국회 담당 상임위원회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별다른 논의가 진전되고 있지 못한 만큼, 두 대표의 다음 스텝은 원내 설득으로 보인다. 지구당 부활이 입법 사안인 만큼 원내 설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지구당 부활이 정치개혁이라는 말에 동의하진 못한다"면서도 "다만 취지에는 공감하기 때문에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원내와의 공정한 경쟁구도 등 방향이 명확하고 잘 설계해 보완한다면 찬성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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