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멈춰야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2 18:39

수정 2024.09.22 20:37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고려아연이라는 기업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인지도에서는 국민기업이라 부르기에 아직 부족할지 모르지만 비철금속 제련 세계 1위 기업이라는 고려아연의 경제적 위상이나 산업적 중요도에서는 이미 국민기업 반열에 올라 있는 국내 최대 철강회사인 포스코(POSCO) 못지않다. 그런데 올 추석을 전후로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도 앞 다투어 입장표명을 하는 상황이다.

현재의 적대적 M&A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걱정이 앞선다. 첫째는 공격을 받고 있는 비철금속 제련 세계 1위 기업으로서의 고려아연이 영위하는 사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만 아니라 자동차·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도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경제안보가 중요해지고 글로벌 공급망 역시 전략적 핵심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제경제 환경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국가기간산업 그리고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소재·부품·장비산업 등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해외자본이나 투기자본의 접근을 엄격히 심사·통제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가 미국 정치권의 반대 입장에 직면한 사례나 중국계 자본의 호주 리튬 광산업체 인수 시도가 호주 정부에 의해 좌절된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특히 호주 리튬 광산업체 인수 건에서는 인수주체가 형식상으로는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임에도 사실상 중국계 자본에 의해 운영된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호주 정부가 인수주체에 내린 지분인수 금지명령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가 우리나라 국가기간산업에 속할 뿐만 아니라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려아연이라는 우량한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구조조정 등을 거쳐 수익극대화를 위해 중국 등 해외자본에 경영권을 매각할 개연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부와 정치권은 그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

둘째는 현재 국내외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ESG나 밸류업의 관점에서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과 인수희망자인 사모펀드 중 어느 쪽이 일반투자자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의 71.4%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해 온 것으로 보이고, 그 영향인지 상당수 일반주주들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현 경영진을 위한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ESG 경영에서 중시되는 종업원 및 지역사회의 이익 관점에서도 현 경영진은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충분한 것 같다. 고려아연 노사는 올해까지 37년간 무분규로 임금교섭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하는 전통을 이어왔다고 하고 고려아연의 공장이 위치한 울산광역시의 시장은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을 지지하고 있다.


적대적 M&A가 사안에 따라서는 비효율적인 경영진을 교체함으로써 대상회사의 기업가치를 제고할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투자자와 지역사회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와 다양한 이해관계자 보호 관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온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은 적대적 M&A로 교체되어야 할 비효율적인 경영진과는 거리가 멀다.

비철금속 세계 1위의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어디로 결정되는지는 여러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가 이번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에 관심을 갖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회사가 그 전처럼 지역사회와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본업에 집중하며 그 동안 쌓은 기술과 경쟁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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