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내일은 빠따 열두대"…'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25살, '산재' 인정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3 04:40

수정 2024.09.23 04:40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고(故) 전영진씨 생전 모습. 유족 제공, 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고(故) 전영진씨 생전 모습. 유족 제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직장 상사의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숨진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2일 고(故) 전영진씨 유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9일 전씨의 사망이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전씨의 죽음이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전씨를 괴롭힌 직장 상사 A씨(41)의 형사사건에서 1·2심 법원이 ‘A씨의 범행이 전씨 사망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점이 산재 인정에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씨는 2021년 8월 5인 미만 사업장인 강원 속초시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했다.
전씨는 이 회사에서 20년 경력의 A씨로부터 극심한 괴롭힘을 당하다가 결국 지난해 5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전씨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은 동생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형이 전씨의 휴대전화를 열어보면서 드러났다. 전씨의 휴대전화에는 그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녹음돼 있었다.

A씨는 전씨에게 “○○○○ 같은 ○○ 진짜 확 죽여벌라. 내일 아침부터 함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 대야”라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또 전씨 사망 닷새 전에는 A씨가 “너 지금 내가 ○○ 열 받는 거 지금 겨우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진짜 눈 돌아가면 다, 니네 애미애비고 다 쫓아가 죽일 거야. 내일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아, 알았어?”라고 하는 폭언이, 나흘 전에는 “너 전화 한 번만 더 하면 죽일 거야”라고 욕설하는 내용이 녹음돼 있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일삼던 A씨는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3~5월 전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일삼거나 16회 협박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네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A씨 측은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법원 역시 지난 5일 A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와 관련해 전씨 유족은 형사사건 외에도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전씨 형 영호씨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동생이 죽었는데, 아직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책임을 동생에게 돌리고 있다”며 “그릇된 행동으로 발생한 일임을 꼭 인지하고, 동생 사건이 본보기가 되어 법이 더 강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