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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의 맛과 멋] 기후위기 시대, 우리 농업의 생존 전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2 19:32

수정 2024.09.22 20:44

밭작물의 생산기반 강화
스마트농업 확산 힘쓰고
국제 곡물시장 진입해야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근 들어 기상재해가 빈번해지면서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에서 가장 큰 글로벌 위기로 기상이변을 선정했고,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기후변화가 초래할 위기를 '그린스완'이라는 신용어로 경고한 그대로다.

우리나라는 올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을 보냈다.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40여일 지속됐다. 지난 100여년간 여름은 20일 정도 길어졌고, 겨울은 그만큼 짧아졌다.
앞으로 한반도가 아열대화될 것이라는 사실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농업분야는 기후변화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땅이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산이 대부분이고, 경지는 고작 15%에 불과한 데다 1인당 경지면적은 세계 최하위인 90평가량(약 298㎡)이다. 게다가 국토가 좁다 보니 전국이 동시에 기후변화 영향을 받기 때문에 농작물과 가축의 생산성과 품질 저하, 재배 적지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농업 생산기반과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주곡인 쌀의 자급과 신선채소, 과일, 고품질 축산물 상당 부분의 국내 생산기반을 갖추게 되었으나 가축사료 곡물과 빵 원료인 밀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곡물자급률은 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육류 1㎏ 생산에 소고기는 곡물 11㎏, 돼지고기는 곡물 7㎏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1인당 육류소비량이 OECD 국가와 비슷하고 일본보다는 70% 이상 많은 상황으로, 육류 소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한국은 세계 7위 식량수입국이 됐지만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대응에 지나치게 안일하다. 자국 생산과 해외 수입능력까지 포함해 지수화한 식량안보지수(FSI)에서 한국은 2022년 113개국 중 39위를 기록,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식량수입 1, 2위인 중국과 일본이 각각 25위와 6위인 것과 비교해도 매우 취약하다.

세계 인구가 2057년 100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인 만큼 식량의 안정적 확보는 모든 나라의 최대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인플레이션이 빈발하고 있고, 식량난과 식수난으로 인한 분쟁으로 인류문명 전체가 공멸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금(金)사과' 논란과 매년 반복되는 여름배추 파동에서 기후변화의 충격을 감지할 수 있다. 사과 주산지인 대구·경북의 재배면적은 최근 30년간 절반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강원도 사과 재배면적은 약 3배 늘어났다. 농촌진흥청은 지구온난화로 30~40년 후 국내 사과 생산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저온작물인 배추는 여름철에는 고랭지에서만 생산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고온 탓에 남한에서 여름배추 재배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앞으로 세계적인 탄소중립 노력에 동참하는 것과 함께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범국가적 대응이 절실하다. 기존의 탄소중립법이나 기후대응 정책을 실질적으로 보완하고, 유사시에 대비해 국내 생산을 증대함과 동시에 해외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전략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밭작물 생산기반을 강화하고, 신품종과 신품목을 개발하기 위한 R&D 투자와 주요 선진국도 제시하고 있는 스마트농업 확산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첨단 농업기술을 활용한 환경제어, 생산·방제 최적화 등 스마트농업 기술은 기후위기의 핵심 대응방안이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 등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 곡물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이 그랬듯이 우리도 과감한 투자를 끈질기게 시도해야 한다.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약력 △64세 △서울대학교 농학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재)국가농림기상센터 이사장 △충남대학교 초빙교수 △농촌진흥청장 △대통령비서실 농축산식품비서관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농촌정책국장,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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