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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XBRL에 주목해야 하는가 [XBRL 파헤치기①]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30 16:05

수정 2024.09.30 16:05

기존 DART 공시는 ‘PDF’, XBRL은 ‘엑셀’
금감원이 전체 재무제표 본문 정보 취합해 제공
비교 가능성, 투명성 등 제고...가치투자 환경도 마련
외국인투자자 정보 취득 적시성 향상..투자 국경↓
재무정보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CI / 사진=한국XBRL본부 제공
재무정보 국제표준 전산언어(XBRL) CI / 사진=한국XBRL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XBRL의 태동은 1999년이었다. 미국 공인회계사 찰스 호프만을 중심으로 한 회계사 그룹이 대조가 힘들었던 기업 재무정보 등을 쉽게 비교하기 위한 표준 규약 등을 발표했다. 해당 기준을 그해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가 최초로 채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내에 도입된 지 올해로 17년째이지만, 진전은 다소 느려 주석 공시 대상 확대, 데이터 활용시장 구축 등 갈 길이 멀다. 다만, 공시 환경에 있어 XBRL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과거 유의미한 기업 비교 정보를 생성하려면 전문기관이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DART를 일일이 확인해야했다. 금융당국도 처음엔 자체 구축한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기반 XBRL 시스템을 개시했다가 2011년엔 전 세계 통용인 국제회계기준(IFRS) 기반 공시 체계로 전환했다. 분류체계인 택사노미도 당시 920여개에서 현재 8000개 정도로 늘었다. 2020년엔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를 공개하는 플랫폼인 ‘Open DART’가 신규 개설됐다.

■공시 수작업 시대 끝
XBRL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선 어떻게 쓰이는가를 보면 된다. 9월 30일 DART에 ‘삼성전자’를 검색해 2023년 12월 사업보고서를 찾아 오른쪽 상단에서 다운로드를 받으면 흔히 보던 사업보고서가 PDF 양식으로 뜬다.

하지만 ‘XBRL Viewer’라는 주황색 버튼을 눌러 들어간 화면에서 받은 파일은 엑셀로 생성된다.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등이 연결과 별도로 구분돼 나열돼있고 ‘View’에 걸린 링크로 이동하면 항목별 수치가 전부 정리돼 제공된다. XBRL 도입 전엔 불가능했던 일이다. 기업이 가령 현금성자산, 매출채권, 유·무형자산 등을 금감원이 제시한 택사노미에 따라 일일이 기입했기 때문에 같은 항목별 수치를 일정 기간 혹은 시점별로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체계에 기반해 재무제표 본문을 XBRL로 공시하는 기업들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하고 있다. ‘Open DART’엔 2015년부터 올해 1·4분기 보고서까지 분기별로 재무상태표(본문),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자본변동표가 올라와있다.

지난해 3·4분기부터 마련된 시스템으로, 전체 상장사(2467개사)와 국제회계기준(IFRS)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비상장법인(225개사) 관련 수치들이 한 문서에 기록돼있다. 이형관 나이스평가정보 기업정보운영실 매니저는 “XBRL 도입 전엔 수많은 인력으로도 방대한 기간이 걸렸으나 이제 적어도 본문에 대해선 그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현재는 재무제표를 XBRL로 공시하는 기업들 대다수가 그 적용을 본문에 한정하고 있다. 주석까지 의무 공시해야 하는 기업은 지난 2·4분기 기준 162개사뿐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금융업 상장법인 중 직전 사업연도 기준 개별자산 총액 10조원 이상부터 내년 반기보고서 XBRL 주석 재무공시를 실시한다.

이렇게 되면 줄글로 장황하게 나열됐던 주석이 특정 기준(택사노미)에 따라 분류됨으로써 투자자들이 애써 찾아낼 필요가 없어진다. 각 기업 보고서를 내려 받은 후 개별 값을 일일이 대응시키는 매핑(mapping)과 주석사항을 검색해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하는 불편함도 해소됨으로써 정보가 제때 공급될 수 있다.

한국외대 경영대학 고윤성·황진성 교수는 ‘XBRL 재무공시와 정보비대칭-본문과 주석 확대 적용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를 입증했다.

2022년 기말 기준 자산이 2조원 이상으로 재무제표 본문뿐 아니라 주석에도 XBRL을 적용해야 하는 150개를 비교집단으로, 나머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54개를 통제집단으로 설정했다. 표본 기간은 올해 1~5월이다. 검증 결과 전자는 주식 수익률 변동성과 주주회전율이 각각 4.21%, 1.04% 낮아졌고 반대로 외국인투자비율은 0.43% 높아졌다.

주가 변동이나 테마에 휘둘려 종목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기보다 명확한 판단 근거로 가지고 투자한 주식에 장기간 머무르는 일명 ‘가치투자’를 활성화시켰다고 해석된다. 고 교수는 “이 같은 결과는 정보 비대칭성 완화로 인한 결과”라며 “XBRL 도입으로 달성한 높은 재무 보고 품질이 자본시장에 공급돼 해당 지표들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판단했다.

투자 국경이 사라진다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진입 문턱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여태껏 DART 일반 공시에선 국문판만 제공돼 원하는 항목의 수치를 알려면 전체를 번역한 후 찾아봐야 했다. 그 사이 해당 정보는 주가에 반영돼 적시성을 늘 놓쳤다는 게 그들 주장이었다.

하지만 XBRL은 정보 생산 때부터 이미 영문을 병기하도록 해 영문판은 자동 생성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만589건에 불과했던 영문 DART 접속건수는 올해 7월말 기준 5만건 이상으로 크게 뛰었다.


김갑제 금감원 기업공시국 수석조사역은 “지난해 법정공시 제출 즉시 보고서명 등을 실시간 영문 변환해 제공하도록 한 시스템을 가동한 이후 이용 건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올해 목차, 서식 등 법정공시 주요항목에 대한 영문 자동변환 등을 갖춘 Open DART가 구축되면 그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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