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만만히 봐서는 안 돼" 고려아연 사태가 보여준 지방정부 역량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3 15:04

수정 2024.09.23 15:06

울산시장 고려아연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으로 촉발
여야 정치권, 기업- 노동계까지 반목 덮어두고 힘 합쳐
사모펀드, 외국계 자본에 반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 확산
지방정부 역할 주목... 관련 기관 등 정부 개입 여부 관심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나선 MBK 파트너스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나선 MBK 파트너스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사진DB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통해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울산시가 보여주고 있는 지방정부의 역량이다.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나선 MBK파트너스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자칫 김병주 회장의 국감 소환까지 염두에 둬야 할 판이다. 지방정부가 거대 사모펀드에 맞서 향토기업을 지켜내고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3일 한국예총울산시연합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울산범시민사회단체연합, 재울산연합향우회는 고려아연 시민 주식 갖기 운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각각 열었다. 고려아연 경영권 보호와 MBK파트너스의 주식 공개 매수에 대항하자는 취지에서다.


온산국가산단 내 330개 기업들로 구성된 온산공업단지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반기업적이고 반사회적인 기업찬탈"이라며 영풍과 MBK파트너스를 비판하며 주식 공개 매수를 반대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18일 김두겸 울산시장 기자회견으로 촉발했다. 사모펀드로부터 향토기업을 지켜내고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자는 호소가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 진보당 윤종오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 등 여야 정치권은 물론 한국노총과 진보 노동단체가 고려아연의 적대적 M&A를 반대한다는 같은 입장을 내며 여론을 확대시켰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순걸 울주군수 및 울산시의원, 울주군의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순걸 울주군수 및 울산시의원, 울주군의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결국 야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오는 10월 열리는 국감의 증인 신청 명단에 MBK 김병주 회장을 포함시켰고 여당도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M&A 시도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을 엮어 국정 감사를 예고했다.

MBK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두겸 울산시장 기자회견과 지역 반발이 잇따르자 MBK는 김 시장 기자회견 다음 날인 지난 19일 "울산에 내려가 울산시장과 울산시의회, 노조에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통 부족으로 인한 오해를 풀겠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김 시장 기자회견 직후 곧바로 입장을 밝힌 모습은 다급해 보였다.

울산시 사회복지협의회, 울산시 사회복기공동모금회 등 울산지역 사회복지법인, 단체 연합이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영풍·MBK파트너스사의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시 사회복지협의회, 울산시 사회복기공동모금회 등 울산지역 사회복지법인, 단체 연합이 2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영풍·MBK파트너스사의 고려아연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에서는 울산시장, 울주군수, 울산시의회, 국회의원, 노동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각 정당 등 정치권이 합심해 고려아연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단체 등 울산시민들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계속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정위와 금감원 등 관련 당국, 검찰의 관여까지 이끌어낼 수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울산 발전의 근간이자 버팀목이 되어 줄 기업을 지켜내지 못하면 지방 소멸은 더욱 가속화된 다는 점을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라며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반목 관계를 잠시 덮어두고 기업과 노동계, 여야가 하나 된 울산지역을 정부가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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