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는 23일 본지와 통화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수사가 시작되면 자료제출 등 엄청난 실무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검찰의 기업수사 확대가 자칫 기업 경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도 "명확한 타깃이 없는 광범위한 기업 수사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 투자와 고용 확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재계와 대기업의 이 같은 염려는 심 총장의 취임사를 놓고 나온 해석이 배경이다. 당시 심 총장은 "직접 수사 역량을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부패범죄·경제범죄에 집중시키겠다"고 말했는데, 시장과 일부 법조계에선 이를 '기업수사 강화'로 받아들였다.
공교롭게 심 총장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고소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린다. 따라서 고려아연 고소 건을 두고, 심 총장 검찰의 '1호 기업수사 신호탄'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실 배치표를 보면 공정거래조사부는 부장검사 포함 9명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현재까지 외부로 드러난 기업 관련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삼표산업 고발건, 남양유업 전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 등에 그친다.
법조계에선 '사건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이 문제는 지난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건이 검찰과 경찰 사이를 맴도는 이른바 '사건 핑퐁'이 대표적인 예시다. 경찰이 일반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면 검찰은 다시 보완수사 요구하는 과정이 반복돼 사건 처리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일반 사건에 대한 처분을 받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일선 변호사들은 토로한다. 수사관마다 배당받은 사건의 수가 점점 쌓이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건과 새로 받은 사건 모두 진행이 지체되면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검찰 수사력 대부분을 기업 수사에 집중하게 되면서 일반 사건의 진행 속도가 더욱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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