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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근로시간 유연화 전에 주 4일제 논의 성급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3 18:30

수정 2024.09.23 19:16

산업현장 근로시간 경직성 우려 커
주 52시간제 미비점부터 개선해야
주 52시간제 전・후 유고용 및 무고용 자영업자수 추이. 사진=파이터치연구원 제공 /사진=뉴시스
주 52시간제 전・후 유고용 및 무고용 자영업자수 추이. 사진=파이터치연구원 제공 /사진=뉴시스


근로시간 개편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주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개편하는 방안이 쳇바퀴를 돌고 있다. 그사이 주 4일제 도입 목소리가 야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개편하는 방안은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윈윈해 혁신을 이끌어낸다는 취지를 담았다. 그러나 제도 논의 과정에 과도한 노동시간을 강요한다는 왜곡된 프레임에 갇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주 52시간제 유연화 문제를 노사정 합의로 끌어내지 못한 채 주 4일제 논의로 훌쩍 넘어가도 되는지 의문이다.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계속 외면할 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확보한 '산업현장 근로실태 조사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는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이 낳는 업종별 기업 애로사항이 유형별로 담겨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의 경우 근로시간 총량을 줄이면 생산량이 줄고 납기 지연, 수주 포기라는 피해까지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스타트업의 경우도 현행 주 52시간제의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단기 업무 처리가 생명인 스타트업의 경우 일괄적인 주 52시간제 대신 근로시간에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인 국민의힘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최근 논의의 추세는 주 52시간 유연화와 주 4일제 도입이라는 양대 프레임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두 이슈는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버리는 사안이 아닌데 이런 식으로 논의의 틀을 좁혀선 곤란하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획일적인 주 52시간제의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게 먼저 할 일이다. 장기간 근로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단지 한국의 산업 특성이 해외와 다르다는 점과 국내 업종마다 경영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현행 52시간제의 적용을 탄력적으로 바꾸자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가 진척되기도 전에 주 4일제로 훌쩍 건너간다면 기업들이 현장에서 겪는 현실을 배제하는 논의가 될 뿐이다. 더구나 주 4일제 논의는 현재 노동개혁 이슈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주 4일제를 22대 국회의 우선 입법과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주 4일제를 법제화하자는 것은 현행 주 40시간제에서 주 32시간제로 바꾸자는 것인가. 또한 주 32시간제로 줄이면 임금도 줄어든 근로시간에 비례해 깎자는 말인가. 이런 논쟁이 본격화되는 순간 주 52시간제 유연화 논의는 자연소멸될 수밖에 없다.

우리 눈앞에 닥친 노동시장은 비합리성으로 점철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논의와 합의를 통해 근로자 처우 개선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도 끌어올리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하게 개선하는 방안을 외면해선 안 된다. 22대 국회에서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1순위 입법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주 52시간제의 폐해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면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선 등 다양한 노동 이슈들도 방치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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