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권이 했던 체코 원전 세일즈를 잊어버린 듯하다. 시간을 2018년 11월 28일로 돌려보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 중에 체코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 회담을 갖고 체코의 원전 건설사업과 관련, 향후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당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 중인 체코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펼치던 문재인 정권이 하는 원전 세일즈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반면 탈원전 폐기를 선언한 현 정부의 원전 세일즈는 진심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밀리에 체코에 두 차례 특사로 파견, 총리와 체코 정부 관계자 및 관련 기관들을 만나 우리의 원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게 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무리 정쟁의 대상이라고 해도 2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 수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공당의 책임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덤핑 판매도 사실과 맞지 않다. 한국의 원전 건설 단가는 1㎾당 3571달러로 프랑스의 7931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는 한국의 기술력과 효율적인 사업관리 능력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정권을 넘어 체코 원전 수출에 공을 들여온 한국수력원자력과 직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체코대표팀의 아이스하키 예선 3경기에 응원단을 파견했다. 체코의 국민스포츠가 아이스하키임을 알고, 원전 수출을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은 그해 원전 예정지역 연고 아이스하키팀(SK Horacka Slavia) 후원으로 이어졌다. 한수원은 지난 7시즌간 지역 연고팀을 후원했고 지역연고팀의 경기장 이름이 한수원의 영문약자인 'KHNP Arena'로 바뀌었다.
한수원은 현재 체코 원전 수주에서 조금 유리한 위치에 있을 뿐, 확정 짓지 못한 '우선협상대상자'다. 민주당 등 야당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면 원전 수출에서만큼은 초당적으로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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