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추석 당일 92번 전화에도 진료 못받고 사망
연휴기간 큰 혼란 없었지만 의료진 피로 극에 달해
다가오는 내주 '징검다리 연휴' 불안감·우려감 증폭
연휴기간 큰 혼란 없었지만 의료진 피로 극에 달해
다가오는 내주 '징검다리 연휴' 불안감·우려감 증폭
[파이낸셜뉴스] 부산에서 추석연휴 기간에 30대 여성이 응급실 '뺑뺑이' 중에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당장 다음주 징검다리 연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했던 응급실 대응 역량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추석에 이어 또다시 시작되는 징검다리 연휴에 제때 제대로된 진료를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부산에서 30대 여성 환자가 응급 상황에 처했고 이후 구급차에 타고 지역 병원에 92차례 전화를 돌렸지만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던 당시 이 환자는 이미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레벨1 단계로 구급상황관리센터까지 나서서 치료할 병원을 찾았지만 10개 병원에서 진료 불가를 통보받았고, 구급차에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심폐소생술과 약물투여로 의식을 찾았지만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면서 결국 사망했다.
정부는 이번 추석연휴 동안 개인적으로 의료 이용에 불편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았고 향후 응급의료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응급의료 인력 부족 등은 이번 의정갈등 상황 전부터 빚어지던 고질적인 문제로 의료개혁을 통해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갈 계획이다.
추석연휴 동안 의료대란 같은 큰 혼란이 빚어지지는 않았지만 대응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지속되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전국 34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이 추석 연휴가 포함된 이달 13~20일 근무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휴 전후 일주일 동안 응급실 의사 대부분은 12시간 넘게 연속 근무했다. 16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도 20%에 육박했다.
또 응답자 중 28명은 이 기간 총 4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답했다. 9명은 64시간 이상, 3명은 104시간 이상 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의교협은 "수면에서 깬 이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수행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20시간 이상 지나면 음주 상태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같다"며 장기간 연속근무는 진료 기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인력부족도 문제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진료가 제한된 건수는 지난 추석 대비 70%가까지 증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 제한이 전체 건수는 645건으로 지난해 대비 68.4% 증가했다.
의정갈등이 지속되고 정부도 경증과 중등증 환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을 바로 찾지 말고, 중증 및 응급 환자를 위해 동네 병의원을 찾을 것을 권고하면서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응급실 내원 환자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의 대응 역량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당장 다음주에는 10월 1일 국군의날, 10월 3일 개천절이 끼는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진다. 이 기간을 기업 자체가 연휴로 운영하거나, 휴가 등을 통해 연휴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명절 비상대응주간은 25일 끝나지만 연휴가 이어진다면 응급의료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대학병원 교수 A씨는 "현재 한시적으로 수가 보상을 강화하는 등 정책을 펴고 있지만 비상진료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결국 전공의들이 돌아와야 한다"며 "현재 상황은 응급실 의료진 뿐만 아니라 배후진료 인력들까지 '번 아웃'이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연휴 기간 이송 지연과 응급실 뺑뺑이 사례를 살펴보면 수지접합, 조기분만, 신생아, 심뇌혈관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후속 진료를 담당할 필수의료 전문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의사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든 걱정 않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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