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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거대야당의 금투세 '역할극' 논란 볼썽 사납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4 18:25

수정 2024.09.24 18:55

민주당, 시행·유예 놓고 토론회
시장교란 말고 조기 당론 정해야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유예팀 김현성, 이소영, 이연희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9.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유예팀 김현성, 이소영, 이연희 의원이 발언을 하고 있다. 2024.9.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더불어민주당이 24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정책토론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시행팀과 유예팀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금투세에 대한 당론이 확정되는 건 아니지만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이목도 끌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토론회 개최 전부터 이미 김이 샜다. 이번 민주당 토론회가 허울뿐인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토론회에 나서기로 한 이강일 의원이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문자메시지에 답변한 내용이 이번 토론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는 이번 토론회에 대해 "역할극의 일부"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금투세 폐지는 불가하고, 시행을 견지하거나 최소한 유예로 내부적으로 입을 맞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금투세 의견은 크게 폐지, 유예, 시행 등 세 갈래다. 금투세가 주식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여당의 주장에 따르면 폐지가 맞다. 반면 전형적인 부자감세라는 민주당 내부 의견에 따르면 내년 1월에 시행해야 한다. 그 중간의 절충점으로 유예론이 있다. 그런데 이날 민주당의 토론회는 사실상 유예 혹은 시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폐지론은 아예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런 사달은 민주당 내 금투세 의견이 오락가락했던 데서부터 예견돼왔다. 당초 내년 1월부터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방안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완화 혹은 유예 가능성을 흘렸다. 지난 7월 "금투세 시행 시기를 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유예론을 내비쳤다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에선 "일정 기간 대폭 완화해 시행하자"며 말의 수위를 조절했다. 금투세 시행을 역행하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당내 선명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화했다.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도 공개적으로 유예 주장을 펴는 등 지도부의 기류는 유예론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예정대로 시행하자는 민주당 원칙주의자들의 주장이 거세 당론이 어느 쪽으로 정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금투세 토론회는 중도층 표밭을 공략하기 위한 자작극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다. 금투세 실시로 강성 지지층을 묶어둘 순 있으나 중도층 유입이 어렵겠다는 계산에 따라 유예론이라는 당근책을 슬쩍 흘리는 식이다. 더구나 내년 1월 시행일 전까지 당론 결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 뒤늦게 시행 혹은 유예를 정할 게 뻔하다. 민주당 금투세 토론회가 금투세 논쟁의 판을 확 키운 뒤 강성 지지층의 불만을 잠재우고 유예론으로 중도층의 애간장을 태우는 전형적인 기만술이다.

정당정치가 지지층을 넓혀 권력을 잡는 게 본성이라는 점을 부정하진 않는다. 그러나 금투세는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와 국민들의 부의 증식 수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책 면에서도 민생 면에서도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란 얘기다.
특히 민주당은 입법권을 쥐락펴락하는 거대 야당이다. 민주당은 금투세를 앞세워 더 이상 지지층 확장을 위한 정치적 쇼를 멈추고 조속히 당론을 정해야 한다.
금투세를 정치적 논쟁의 도구로 활용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나라 증권시장과 그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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