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양육비 선지급으로 자녀 꿈 지켜주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5 18:12

수정 2024.09.25 18:57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엄마 저 태권도 학원 다시 보내주면 안 돼요?" 아이의 목소리를 애써 모른 척했다는 26세 한 부모의 사연은 대통령 민생토론회에 모였던 사람들을 먹먹하게 했다. 이혼 후 약 2년간 전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했지만 각종 아르바이트와 부업을 하며 두 자녀를 키워 온 사연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소송지원을 통해 밀린 양육비의 일부는 받았으나, 여전히 다음 달 양육비가 입금될지 몰라 전전긍긍한다고 했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도입되면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우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말에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3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 추진방안'을 마련했고, 25일 마침내 양육비 선지급제를 담은 양육비이행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란 비양육자로부터 자녀양육비를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는 경우 국가가 우선 양육비의 일부를 지급하고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회수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양육비는 사인 간 채권·채무 문제라는 인식과 회수가 어려울 경우 국가재정부담에 대한 우려, 제도를 운영할 전문기관의 부재 등으로 쉽게 도입되지 못했다. 대신 양육비의 1차 책임자인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기 위한 추심 등의 법률서비스 지원, 양육비 불이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공개와 같은 행정적 제재조치 및 형사처벌 등의 정책 위주로 발전해왔다. 이는 앞으로의 양육비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양육비 불이행으로 인한 문제는 아동의 생존권 및 복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가책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9월 27일 양육비 선지급 업무를 전담할 양육비이행관리원 독립기관화, 재정·징수시스템 마련을 위한 부처 간 협의 등 양육비 선지급 도입이라는 첫발을 내딛게 됐다.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은 무엇보다 미성년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정기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최소한의 안정적 양육환경을 지원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양육비 선지급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선지급금의 회수다. 개정안에는 양육비가 선지급된 경우 채무자 동의 없이 금융재산 등을 조회할 수 있고, 강제징수 절차를 통해 선지급금을 회수할 수 있는 등 강력한 회수장치를 두었다. 앞으로 양육비 선지급 지원대상과 절차 등을 구체화할 하위법령을 만들고, 신청접수-지급-회수 등을 처리할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착실히 준비해 나갈 것이다.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홀로 자녀를 양육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많은 분들이 양육비 선지급제를 기다리고 있으니 서두를 수밖에 없다. 양육비 선지급이 미성년 자녀의 다음 달, 다음 계절, 다음 해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데 이 제도가 힘이 될 것이다.
대신 고의적 양육비 채무자로부터 반드시 회수하는 국가의 힘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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