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민사소송 느는데… 첫 재판까지 최소 반년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25 18:27

수정 2024.09.25 18:27

사법부 재판 지연 문제 심각
해결책 '법관 증원' 기약 없어
'판사정원법' 개정 목소리 커져
사법부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재판 지연'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건수가 늘고 사건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법관 증원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 민사 1심 합의부의 본안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473.4일로, 전년과 비교해 53.3일 더 소요됐다. 소송을 접수한 뒤 1년 하고도 3~4개월을 더 기다려야 1심 선고가 나오는 것이다.

재판지연은 사법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실제 민사 합의부 1심 평균 처리 기간은 지난 2017년만 해도 293.3일에 그쳤지만 2018년 297.1일, 2019년 298.3일, 2020년 309.6일, 2021년 364.1일, 2022년 420.1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민사 본안사건 1심 접수부터 첫 기일까지 걸리는 기간은 134.7일로, 전년(137.7일)보다는 3일가량 줄었다. 반면 합의부 사건의 경우 176.6일로, 전년(170.5일)보다 6일가량 늘었다. 소송을 접수하고 첫 재판이 진행되기까지 약 6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나는 상황 속 소송 건수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1년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666만7442건으로 전년 대비 8.1% 늘었다. 민사본안사건의 1심 접수 건수는 78만71건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재판 지연을 두고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법관 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수가 늘고 복잡해지고 있는데, 판사 정원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판사 정원은 3214명으로, 지난 2014년 법 개정 이후 제자리에 멈춰 있다. 법관 수를 늘리기 위해선 '각급 법원 판사정원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난 국회에서 판사 정원을 5년간 순차적으로 370명 늘리는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일각에선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기도 재판지연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법원장이 일선 법관들의 눈치를 보느라 사건 처리를 독려하지 않고,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로 열심히 일하는 법관의 사기를 깎았다는 해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사법부의 재판 지연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제10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도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재판 지연의 골이 깊었던 만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면서도 "재판 지연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법원장의 재판 업무 담당, 법관의 사무 분담 장기화 등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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