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법 아닌 개정안 추진
야당 재추진에 논란 예고
이해관계 말려 실기 안돼
야당 재추진에 논란 예고
이해관계 말려 실기 안돼
온라인플랫폼법 논쟁은 자유시장 원리에 입각한 혁신 추구와 시장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규제 도입 간 충돌이 핵심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한국에서 온플법 주요 국면마다 미국 단체들의 목소리 개입이 엿보인다. 지난 1월 미국의 대표적 기업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국 정부의 온플법 제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공정위가 2월 플랫폼법 정부안을 공개하기 한 달 전이다.
이후 온플법 제정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거대 플랫폼업체를 사전 지정하는 방안이 무산됐다. 대신 위법 사안이 발견될 때 거대 사업자를 사후 규제하는 방안이 나왔다. 제정법이 아닌 기존 공정거래법을 손질하는 방식이니 내용상 형식상 후퇴한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정위가 지난 23일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개정안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기에 앞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사전·사후 규제안을 모두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제정법이 무산되고 개정안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데 이마저 안 된단다.
미국의 목소리 개입은 온플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다는 뜻이다. 거대 업자와 중소형 업자 간 권력관계, 해외 빅테크와 국내 토종업체 간 시장 다툼, 기업의 이익추구와 소비자 보호가 주요 이해관계 충돌 지점이다. 이 가운데 한국 시장을 둘러싼 국내와 해외 기업 간 이해득실만 떼어 놓고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첫째,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면 중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 법이 미국 기업만 규제 대상으로 삼은 탓에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논리다. 그들의 주장대로 중국 플랫폼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면 한국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불공정행위 규제를 단행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규제 대상도 미국이든 중국이든 국적을 따질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을 교란하는 어떤 기업도 예외가 돼선 안 될 것이다.
둘째, 한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성급하게 차용했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글로벌 빅테크가 없는 EU가 자국 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만든 작위적 규제라는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플랫폼기업 경쟁력이 약한 EU의 현실이 반영된 법이란 얘기다. 게다가 이런 규제 탓에 EU의 스타트업들이 고사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EU의 현실과 달리 글로벌 빅테크 공세로부터 안전하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 무리한 규제가 자국 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치자. 그런데 EU의 DMA는 올해 3월 발효됐는데 그새 그 지역의 기업들이 규제법 때문에 도태됐단 말인가.
셋째, 한국 정부의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은 결국 한국 기업의 경쟁력 쇠퇴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나아가 국내에선 외국 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역차별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 플랫폼기업의 역차별은 새로운 규제법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는 조세 회피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법인은 단순업무 대행으로 운영하고 한국 매출의 대부분을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 국가의 법인에 몰아주는 수법이 관행처럼 됐다.
'용두사미'는 온플법 논쟁을 비하하는 사자성어다. 온플법 제정안을 용의 머리라 치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뱀의 꼬리에 해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제정법을 비난하는 자들이 이번에는 수위를 낮춘 개정안마저 물어뜯고 있다. 뱀 꼬리 흔적이라도 남기려면 이해관계를 가장한 현란한 수사학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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